〈태조 왕건〉장쾌한 '남성드라마'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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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주말 사극 〈태조 왕건〉(이환경 극본.김종선 연출)이 다음달 1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조선시대 수양대군(세조)의 등극과 연산군의 몰락까지를 다룬 〈왕과 비〉의 후속물로 시대배경은 나말여초(羅末麗初)인 9~10세기. 이미 국내 최초의 본격 '고려시대 드라마' 로 소개가 됐지만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후삼국시대 격변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웅호걸들의 패권경쟁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30일 열린 시사회에서 그런 성격이 명확이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첫회분은 주로 외눈 궁예(김영철)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서기 896년, 단기 3225년인 신라 진성여왕 10년 여름 제세구민(濟世救民)의 기치를 내걸고 대군을 일으켜 철원성을 삼키는 궁예의 담대한 인간 됨됨이가 세밀하게 묘사됐다.

장차 그의 숙적이 되는 왕건(최수종)은 잠깐 얼굴만 비쳤고, 견훤(서인석)은 대사 속에만 존재할 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타이틀에 걸맞게 초반부터 왕건이 당당히 주역이 되리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이런 '의외성' 은 앞으로 드라마의 전개방향을 가늠케 하는 단서를 제공했다.

왕건을 중심에 놓고 궁예와 견훤이 좌우로 겨루는 3파전, 바로 이것이 〈태조 왕건〉의 골격이다.

제작진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했다. KBS 드라마제작국 안영동 책임프로듀서는 "총 1백50회 분량 중 1백회까지는 궁예와 왕건, 이후 1백40회까지는 견훤과 왕건의 만남과 대립을 그릴 것" 이라며 "나머지 10회 정도에 통일된 고려시대의 사회상이 담긴다" 고 말했다.

때문에 〈태조 왕건〉에서는 궁중암투에 치중했던 잔재미 위주의 조선시대 사극과 달리 남성적인 힘이 화면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첫회부터 전장의 군웅들이 내뿜는 혈기와 야망이 긴박감을 불러일으키며 장대한 스펙터클을 연출했다.

〈태조 왕건〉은 역사적 인물의 해석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특히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은 못되고 포악한 인물로 알려진 궁예와 견훤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상당히 왜곡됐다고 보고 나름대로의 사관(史觀)을 이 드라마에 반영할 계획이다.

두 사람에 대한 이씨의 인물평. "궁예는 신라의 귀족에서 승려, 미륵(彌勒)사상을 내세운 혁명가로 변신을 거듭하며 자주국가를 세우려고 했던 인물이다. 또한 견훤은 저돌적 독선형으로 다혈질이나 너그럽고 인정많은 기분파였다." 이런 라이벌을 물리치고 왕건이 역사의 최후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외유내강형의 덕치(德治)때문이었다고 이씨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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