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주단독 대표소송제기권 추진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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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현대그룹 후계자 파동으로 인해 기업지배구조가 보다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주주 단독으로 불법행위를 한 이사 등에게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 신설을 추진키로 했다. 또 상장사들이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준수여부를 반드시 공시토록 하는 제도를 예상보다 이른 다음달초에 도입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30일 "기업들이 정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의 주주이익 침해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 소액주주들의 적극적 견제가 중요하다"면서 "소액주주들이 대표소송을 보다 쉽게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상법상 단독주주권을 인정하거나 현재 대표소송제기 요건인 상법상 주식 1%, 증권거래법상 0.01%를 보다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면서 "이미 개선한 제도들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파악하되 그 결과와 상관없이 단독주주권 신설 등 지배구조 개선작업은 끊임없이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표소송은 이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더라도 회사가 이사와의 특수관계로 인해 책임을 추궁하지 않거나 실효를 거둘 수 없는 경우 소액주주들이 회사대신에 제기하는 소송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주주 1명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소송남발을 우려해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함께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아닌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상장사들이 모범규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이규준 준수여부를 반드시 공시토록 할 계획이라고 정부가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면서 "이 제도의 조속한 적용을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다음달초에 금감위기업공시 규정에 이런 내용을 담아 즉각 시행한다는게 재경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기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업지배구조개선위회가 작년말에 마련한 것으로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시장에 의한 경영감시 등을 개선한 내용이다. 모범규준은 이사선임의 공정성을 위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토록 했으며 이사선임에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의 의견도 반영되도록 집중투표제를 채택토록 하는 한편 이사후보를 주총전에 공시토록 하는 등 선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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