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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사, 자회사 차려 음란물 등 불법유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뭐? 헤비업로더 회사를 만들자고?”

 2009년 7월 유모(42·구속 기소)씨는 웹하드 사이트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제 운영자인 양모(40·구속 기소)씨로부터 하나의 제안을 받았다. 두 사이트에 불법 영상물을 대량 업로드 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웹하드 사이트의 전통적인 운영방식은 업체가 사이트를 제공하고 여기에 이른바 ‘헤비업로더’가 영상물을 대량으로 띄운 뒤 발생하는 다운로드 수익을 나눠가지는 방식이었다. 회사를 설립해 직원들을 사실상의 헤비업로더로 만든 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불법 영상물을 웹하드 사이트에 공급하자는 양씨의 제안은 나쁜 방향으로의 ‘발상의 전환’이었다.

 유씨는 양씨의 제안을 즉각 받아들여 누리진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프로그램 개발자 이모(32·불구속 기소)씨로부터 한꺼번에 두 개 사이트에 영상물을 올릴 수 있는 대량 업로드 프로그램도 전달받았다. 작업은 그해 11월 시작됐다. 유씨와 5명의 직원은 인터넷상에서 무차별적으로 영상물들을 긁어모았다. 검찰에 압수당한 영상물만 320기가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 554개 분량(일반화질 기준으로 영화 11만8000여 편 분량)에 달할 정도였다.

 이들은 ‘벤허’ 등 할리우드 고전 명작에서부터 최신작인 ‘아저씨’까지 영화란 영화는 모두 수집했고, 국내외 드라마와 각종 음란 동영상도 대거 확보했다. 이들이 지난 5월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올린 영상물은 모두 5만400여 건에 달했고 다운로드 수입도 11억원3000만원을 넘어섰다.

 전통적인 방식의 범죄도 함께 이뤄졌다. 양씨는 방송국 등 저작권 보유업체와 계약을 하고 띄운 합법 영상물의 다운로드 건수를 77%나 누락시키는 수법으로 22개 업체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 152억원을 빼돌렸다. 양씨는 이 같은 수법들을 통해 두 사이트에서만 연 매출액 4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수사기관의 추적까지 따돌리지는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7일 양씨와 유씨를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누리진 직원 노모(28)씨 등 1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진석 기자

◆헤비업로더(Heavy Uploader)=상업적인 목적으로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불법 영상물을 웹하드나 P2P 사이트에 대량으로 올리는 네티즌을 말한다. 이들은 웹하드 업체와 계약을 하고 자신이 업로드한 영상물의 다운로드 건수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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