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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래는 U2 느낌...공간 꽉 채우고 싶어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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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03면

4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의 한 연습실. 편곡자 안준형씨가 키보드 앞에 앉아 악보를 매만졌다. MBC ‘나는 가수다’의 가수 박정현을 위한 곡이다. 그는 박정현이 ‘나가수’에서 부른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도 편곡했다.
“8일이 마지막 경연일(14일 방송)이니까요. 연주하는 우리부터 감동받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원곡의 명성을 혹 깎아먹지 않을까 해서 손대기가 겁났죠. 세월이 지난 만큼 하모니도 바꾸고 좀 세련되게 풀어내려 했어요. 정현씨는 원하는 게 선명해 ‘이런 느낌으로 해 줄 수 있느냐’고 주문합니다. 그 요구와 제 생각을 서로 맞춰 가며 편곡을 완성하죠.”

‘나는 가수다’의 박정현에게 편곡을 묻다

박정현은 어떤 느낌을 원했을까. 그때 박정현이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또박또박 걸어 들어왔다. 그에게 이번 편곡에 대해 물었다. “이 곡은 처음엔 담담하게 부르다 후반에 포인트가 있어요. 그런데 그 포인트가 조금 빨리 나와요. 우리는 클라이맥스를 어떻게 최대한 뒤로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죠. 전 이번 곡을 ‘U2의 느낌으로 하고 싶다’고 했어요. 공간을 꽉 채우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연습이 시작됐다. 박정현이 파란색 펜을 들고 보면대 앞 키 큰 의자에 걸터앉았다. 안씨의 지시를 들으며 수시로 악보에 뭔가 끼적였다. 가끔 아이폰을 켜고 피아노 건반 앱을 눌러 가며 음을 확인했다. 그가 노래를 부를 때 까맣게 빛나는 플랫슈즈가 까딱까딱 움직였다.

“우리가 곡을 고를 경우 다른 리메이크 곡과 겹치지 않게 조심합니다. 7월 31일 방송된 이정선의 ‘우연히’는 황성제씨가 편곡했는데, 정현씨가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들어와 가요를 ‘공부’하며 들을 때 리스트에 있던 노래였죠.” 소속사인 티엔터테인먼트 강지훈 이사의 설명이다.
015B의 정석원은 박정현과 찰떡궁합이다. ‘나가수’ 무대에 오른 김종서의 ‘겨울비’, 조수미의 '나 가거든’을 그가 편곡했다(‘나 가거든’은 대중음악 차트 가온에서 75만1804건으로 8월 첫째 주 다운로드 차트 1위에 올랐다). “사실 두 노래 모두 저희로선 핸디캡이었어요. ‘겨울비’는 남자 노래인 데다 사람들이 다 아는 노래고, ‘나 가거든’은 성악가가 부른 노래인 데다 이견을 달 수도 없었죠. 하지만 편곡에서 옷을 잘 입혔어요.”

싱어송라이터 나원주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편곡해 박정현을 1위에 올려놓았다. 강 이사는 “이 노래는 원래 10여 년 전부터 정현씨가 리메이크하려고 준비하던 곡”이라며 “이 곡이 결정됐을 때 ‘이건 어쿠스틱 피아노가 좋은 나원주가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릭 카멘의 ‘All by myself’를 셀린 디옹이 불러 새로 인기를 모은 것처럼 이 노래를 꼭 다시 부르게 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사실 박정현은 “조용필 선배님이 제 노래를 들으시고'잘했다 정현아’고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인사는 드렸느냐”고 물었다.
“그동안 방송을 못 보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에 보셨대요. 그리고 절 만나고 싶다고 하셨대요. 그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뻐서 그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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