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현대건설 주총...소액주주 끌어내

중앙일보

입력

29일 현대건설 서울 계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건설 주주총회는, 회사 직원들이 항의하는 소액 주주를 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는 등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6백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9시에 시작된 이날 총회에서 김윤규 대표이사 사장이 주가 하락에 대해 사과 발언을 한 후 김사장이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처리하려는 순간 이모씨라고 자신을 밝힌 소액주주가 일어나 항의성 발언을 시작했다.

이씨는 '지금 총회장에는 소액주주들은 보이지 않고 현대건설 임직원들과 총회꾼들밖에 없다'며 '주가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항의가 그렇게 무섭냐'고 항의했다.

이씨가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를 계속하려는 순간 현대건설 직원 10여명이 달려들어 마이크를 빼앗고 이씨를 총회장 밖으로 끌어냈다.

녹색환경감시단에서 나온 소액주주인 이경윤씨가 이를 말리려 했으나 직원들은 이경윤씨마저도 밖으로 밀어냈고 이 과정에서 이씨와 현대건설 직원들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소액주주들과 현대건설 직원들이 총회장 밖에서 다투는 틈을 타서 김윤규사장은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임원보수한도 책정 등의 안건을 순식간에 처리, 총회는 50분만에 끝나고 말았다.

주총이 끝나고 총회장 밖에서 분을 삭이지 못하던 소액주주들은 현대건설의 행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소액주주 강정순씨는 '지난해초 1만2천원이었던 주가가 지금은 3천1백원으로 떨어졌다'며 '주가하락에 대해 사죄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도 마땅찮은 판에 날치기로 총회를 끝내야 하겠느냐'고 흥분했다.

소액주주 복호진씨는 '현대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정씨일가는 주가하락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은 채 여전히 주주들을 무시한다'며 '이런 행태를 계속하면 현대의 미래는 없다'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