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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일에 춤추고 노래하던 北 여성들, 결국…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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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요 근래 10여 년 새 북한에서는 '7월 8일'이 생일인 사람이 없다. 이 날 태어난 아기들은 출생 일을 다른 날로 바꿔 호적에 올려야 한다. 7월 8일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1994년)한 날이다. 북한에서는 이 날을 기점으로 수 일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결혼식이나 생일 등 잔치를 하거나 춤 추고 노래하는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2일 대북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달 8일 함경북도 경원군의 한 농장 여맹원들이 기차역 근처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췄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소식통은 "경원군 사수농장 여맹원들이 (혁명운동의 일종인)'붉은기 쟁취운동'에서 모범판정을 받아 금수산기념궁전 견학을 가기 위해 평양에 가게 됐다"며 "이 여맹원들은 훈융역 앞에서 3일간이나 기차를 기다리다 심심하니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는데, 하필이면 그 날이 김일성이 사망한 날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전력난이 워낙 심해 기차가 연착되는 일이 많다. 역 앞에서 3~4일 동안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사람들은 지루함을 달래려 삼삼오오 모여 노래와 춤을 추곤 한다. 소식통은 "평양으로 간다는 기쁜 마음에 애도기간이라는 것을 잠시 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은 애도기간을 10여 일로 정했다. 장사를 하는 행위도 금지시켰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 탈북자 김용일씨는 "60세가 넘은 할머니가 애도기간에 장마당에서 장사를 했다고 해서 하룻밤에 농촌으로 추방됐다"며 "아들 결혼식을 했다는 이유로 농장으로 추방 당한 이도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애도 기간은 짧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에는 과거처럼 단속과 처벌을 세게 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가끔 '일벌백계'식으로 처벌한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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