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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몸집 커진 지산 록 페스티벌 상업 냄새 덜 풍기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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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강현
문화부문 기자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경기도 이천에 ‘록의 나라’가 건설됐다.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열린 지산 록 페스티벌(록페)이다. 올해로 세 번째. 이 나라의 몸집은 더욱 불어났다. 사흘간 ‘록의 나라’에 입국한 관객이 9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7만 명)보다 30% 가량 늘었다. 불과 세번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그럴 만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트렌드를 제대로 읽었다. 과거 ‘록’에 집중됐던 프로그램이 ‘페스티벌’ 중심으로 재편됐다. 올해 지산 무대에는 다양한 장르가 이름을 올렸다. DJ DOC·UV·정진운(2AM)·김완선 등 대중성이 강한 가수들에게도 무대를 내주었다. 이 같은 라인업은 사실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록페를 TV 가요 순위프로그램으로 전락시킨다며 펄쩍 뛰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달랐다. DJ DOC와 UV의 무대에 2~3만 명이 몰려들며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실제 영국 글래스턴베리나 일본 후지 등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엔 일렉트로닉·힙합·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가 함께 무대에 오른 지 오래다. 확장된 음악 축제를 지향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록’이란 말을 떼버려도 좋을 정도다. 지산 록페는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잘 접목했다.

 그렇다고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다. 상업적인 초조함이 읽힌다. 대규모 페스티벌의 속성상 상업적인 접근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 접근 방식이 다소 서툴고 성급해 보인다. 훌쩍 뛰어버린 티켓 값(3일권 22만원)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지산 록페에는 26개 기업이 참여했다. 공연장 곳곳에 각종 기업의 홍보 부스가 늘어섰다. 패션·음료·자동차 등 음악과 관계 없는 기업들도 적잖았다. 주최측인 CJ E&M은 “지산 록페에 참여한 기업들의 마케팅 효과가 375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비싼 티켓 값을 내고도 기업들의 홍보 이벤트에 둘러싸이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더라도 음악 축제라는 큰 틀은 지켜주길 바란다. 예컨대 기업 홍보 부스가 CD 판매점보다 많은 건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다. 몸집이 커진다는 이유로 자꾸만 음악 외적인 요소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 신생 ‘록의 나라’ 지산 록페의 지속적인 성장을 바란다면 말이다.

정강현 문화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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