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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대치동 엄마', 엄친아 때문에 떨고 있는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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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중앙통신]

'엄친아'를 둔 북한 학부모들의 마음이 불편하다. 행여나 학교의 간부로 선발될까 봐서다. 학교에 와서 "간부로 뽑지 말아달라"며 사정하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2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평양의 친정 집에 다녀온 40대 화교 주모씨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분단 위원장이나 소년단 말석위원이라도 하게 되면 부모들의 큰 자랑거리였지만 요즘은 정반대"라며 "똑똑한 아들·딸이 오히려 부모에게 짐이 되고 걱정거리가 되는 이상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자녀가 학생 간부로 뽑히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담임교사와 학교장에게 수시로 인사를 해야 하고 부담금도 남보다 훨씬 많이 내야 한다.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의 부담금을 대신 내주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북한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남한 못지 않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주씨는 "북한의 경제가 좋았던 시절에는 오히려 자식을 학생간부에 들게 하려고 부모들이 경쟁적으로 학교에 찾아 다니며 선생들에게 뇌물을 바치기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국가에서 학교 운영 자금을 주지 않는데다 교원들도 국가에서 주는 월급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교원들이 학생 간부에게 기대게 된 것이다. 간부를 선발할 때는 학생의 자질 보다 부모의 신분과 지위를 본다.

신의주 출신 화교 류모 씨는 "교원들은 국가에서 주는 월급은 받으나 마나 한 액수이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장마당에 나가 장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학생 부모에게 손을 내밀며 살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학생 간부들은 학생들의 선거를 통해 뽑는 게 원칙이지만, 실제론 담임 선생이 미리 지명한 뒤 학생들의 동의를 얻는 방식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형식이 대의원선거에서 당이 미리 대의원을 지정하고 주민들에게 무조건 찬성투표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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