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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보다 강한 힘 OSL♥VE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쇄 테러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등을 위한 콘서트가 열렸다.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응을 질타하기보다는 노고를 치하하는 박수를 보내는 데 앞장서 온 이 나라 국민 특유의 시민의식이 다시 한번 발휘된 것이다.

노르웨이 일간지 다그블라뎃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슬로 돔키르케 교회에서 진행된 콘서트에는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 경찰관, 구급차 운전사, 소방관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호콘 왕세자와 일부 장관도 함께했다.

 국영방송 NRK의 주관으로 이뤄진 콘서트에는 오슬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클래식 음악가와 힙합 가수 등이 참여했다. 다그블라뎃은 경찰관·소방관 등에게 시민들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격려를 보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지난달 22일 총격 테러가 발생한 우퇴야섬에 사건 발생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를 놓고 외신들은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으나 정작 노르웨이 국민은 헬기로 경찰기동대를 투입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생긴 불가피한 일로 여기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돔키르테 교회 주변에 주차된 경찰차와 구급차의 보닛 위에 꽃다발을 올려놓았다.

 오슬로 시내에서는 또 오슬로(Oslo)와 러브(love)의 합성어인 ‘오슬러브’가 국가적인 구호로 떠오르고 있다. 천안함 사건 같은 대규모 희생이 일어났을 당시 국내에서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구호가 떠오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으로 떨어진 국민의 자긍심을 되살리고 민주주의 전통을 잇기 위해 시민들이 ‘손에 손 잡고’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하고 있다.

 총격 테러가 일어난 우퇴야섬으로 가는 부둣가 바위들에는 오슬러브 문구가 새겨져 있다. 시내 돔키르케 교회에는 많은 사람이 오슬러브라고 적힌 추모카드와 꽃다발을 놓고 가고 있다. 교회 옆 공터는 순식간에 거대한 추모공원이 됐다. 오슬로시 측은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와 그림을 모아 노르웨이 국가기록보관소에 보존할 예정이다.

 한편 노르웨이 검찰은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하랄 5세 국왕이 거주하고 있는 노르웨이 중심부의 왕궁과 집권 노동당사를 테러 목표물로 삼다가 최근 정부종합청사와 우퇴야섬에서 열린 노동당 청년캠프로 대상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영국 일요신문 선데이 타임스는 브레이빅이 성형수술을 받은 것은 전형적인 아리안족의 외모를 갖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노르웨이 정보 당국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브레이빅은 미국에서 이마를 튀어 나오게 하고 코를 더 높이는 등의 성형을 했다. 아리안족은 북유럽에 기원을 둔 종족이다. 아돌프 히틀러는 아리안족이 가장 우수한 인종집단이라고 주장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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