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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영진 월급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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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기업이 경영진에게 월급을 지나치게 많이 준다”며 “그 돈을 좀 줄여 청년층 고용과 훈련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30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 자리에서다.

 이날 최 장관은 ‘큰 기업, 큰 시장, 더 큰 대한민국’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시종일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문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강자의 ‘자제’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큰 기업(Great company)이 되려면 단기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진에게 상대적으로 큰 보상을 하고, 경력직 채용만 선호하는 것도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라며 “(훈련이 부족한 청년 실업자들을) 사내 훈련을 통해 쓸 수 있는 인재로 만드는 것도 배려”라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에도 ‘대기업 책임’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경쟁도 어느 정도 자제가 필요하다”며 “‘시장원리 너머에 있는 전통가치’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형 수퍼마켓(SSM)을 예로 들었다. “일례로 공동체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할 때 대기업이 몇 개 되지 않은 SSM으로 시장을 과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애플사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 중 애플과 거래하는 기업이 있는데 어느 날 애플이 먼저 e-메일을 보내 납품가격을 올려 주겠다고 했다더라”며 “애플이 이렇게 산업 생태계를 중요시하고 관리하니 오늘날 스마트폰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장경제·고성장 등 ‘MB노믹스’의 근간에 대한 공격은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그는 “최근 고(高)물가가 성장 위주 정책 때문에 생겼다는 건 오해”라며 “에너지·곡물 등 공급요인이 큰데 이 경우 수요 측면의 정책을 잘못 쓰면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고 경기는 위축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가격 압박’도 정당화했다. 그는 “정유나 유통시장의 경우 완전경쟁이 아닌 과점체제인 만큼 정부가 가격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국민을 위해 가격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름값을 잡겠다며 최근 내놓은 ‘대안 주유소’에 대해선 한 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대안 주유소를 올해 설립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방자체단체와도 의견을 나누면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지경부가 ‘대안 주유소’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행 가능성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불쑥 내놓은 ‘졸속 행정’”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조민근 기자

◆대안 주유소=지식경제부가 기름값을 낮추겠다며 검토 중인 ‘사회적 기업형’ 주유소. 공공기관·대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하고, 대신 정부는 싼값에 부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경부는 이를 통해 일반 주유소보다 휘발유를 L당 70원 이상 싸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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