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진의 시시각각

민주당, 대운하는 어디 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이제 한국인에게 폭우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 같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내리는 비가 점점 더 독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상청 조사 결과 폭우(시간당 30㎜ 이상)가 쏟아지는 날이 30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물폭탄이 자연의 공격이라면 배수(排水)는 인간의 응전이다. 서울 우면산과 파주·동두천·경안천 물난리를 보면 배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올해 장마엔 중·남부에 예년보다 비가 2~3배 많이 내렸다고 한다. 1년 강수량의 절반이 쏟아진 것이다. 그런데도 4대 강 유역엔 침수가 별로 없었다. 많은 전문가와 주민은 바닥을 파내는 준설공사로 ‘물그릇’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밀려드는 빗물이 쉽고 빠르게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신문에 보도된 상습 침수지역 주민들은 “올해 물난리가 없었던 건 4대 강 공사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4대 강에서는 남산 서너 배에 해당하는 퇴적물을 파냈다. 평균 2m 정도씩 강바닥이 깊어진 것이다.

 이제 한반도 중·남부에는 거대한 배수구 4개가 있다.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이다. 매년 여름 하늘에 구멍이 뚫려도 배수구는 빗물을 신속하게 바다로 빼낼 것이다. 본류가 넉넉하니 지천도 잘 빠질 것이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발 뻗고 잘 수 있는 주민이 늘어날 것이다. 올여름 4대 강 공사는 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수자원 확보다. 내년 봄 갈수기(渴水期)에 16개 보(湺)가 물을 제대로 담아내면 4대 강은 안정적인 출발을 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하천은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천이 빠르게 침식되거나 오염되는 걸 막아야 한다. 4대 강 주변 환경보존도 중요하다. 이런 과제가 달성되면 4대 강은 한국인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4대 강 반대론자들은 그동안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정권을 공격해댔다. 가장 대표적인 게 4대 강 개발이 대운하 1단계라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근거를 들어 부인했다. 중앙·조선·동아 등 주류 언론과 대다수 전문가도 4대 강과 대운하는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운하가 되려면 여러 공사를 해야 한다. 교량 100여 개 중 상당수를 개조하고, 보에 갑문을 설치하며, 여기저기에 배 터미널을 지어야 한다. 아무리 봐도 그런 게 없는데 반대론자는 ‘대운하’라고 주장했다.

 ‘대운하’를 외치느라 성대(聲帶)를 가장 크게 다친 이들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아예 ‘4대 강 대운하 반대 특위’라는 걸 만들었다. 지금 위원장은 386 운동권 출신 이인영 최고위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낙동강 현장에 가서는 느닷없이 “함안보 공사를 보니 대운하 1단계”라고 말했다. 남들이 못 보는 무엇을 자기만 본 것인지 그는 그렇게 주장했다. 지난 5월 최고위원 회의에선 “올여름 장마철 (4대 강) 대재앙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대재앙은커녕 소(小)재앙도 없다. 이인영 최고위원만이 아니다. 손학규 대표 등 모든 이가 ‘대운하’를 합창했다. “우리가 틀린 건 아닌가”라는 목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대운하’는 제1야당 민주당이 정신을 잃어버린 3대 미망(迷妄) 중 하나다. 다른 두 개는 광우병 미신과 천안함 부정(否定)이다. 민주당이 그렇게 사랑한다는 서민과 중산층이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고 있다. 천안함 폭침은 세계인이 인정한 북한의 집단살인 범죄다. 대운하는 지금 4대 강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세 가지 왜곡으로 국민을 호도했다.

 인도 힌두교 신자들은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면 영혼이 깨끗해진다고 믿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4대 강에서 목욕을 해보면 어떨까. 4대 강은 갠지스 강보다 깨끗하니 수질은 안심해도 된다. 민주당은 씻어야 한다. 광우병·천안함·대운하라는 3대 미망이 사라질 때까지….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