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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명작] 5. 포스코 빌딩 백남준 작 '철이 철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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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는 미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건물로 유명하다. 건물 바깥에는 얼마전 철거하려 했다가 문화계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프랭크 스텔라의 '아마벨' 이 기괴한 모습 탓에 행인의 시선을 받는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거쳐야 하는 2층 로비에는 스텔라의 대형 회화 한 점이 걸려 있다. 인도양에 있는 전설 속 철(鐵) 의 섬을 주제로 한 것이다.

1995년 신축 당시 이 곳에 걸린 미술품은 총 50점. 김기창.김창렬.심문섭.문범.황인기.홍승혜 등 다양한 연령대.장르의 작가들이 망라됐다. 또 최근 1백60평 규모로 확장한 포스코 미술관은 지친 도시인들에게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미술관 측은 5월께 빌딩 내의 미술품을 모아 소장품전을 열 계획이다.

기업 사옥으로는 보기 드문 미술적 감각을 자랑하는 이 곳의 '얼굴마담' 은 1층 로비에 설치된 백남준의 작품이다.

천장에 매달린 깔때기 모양의 뼈대와 양쪽 바닥에서 위로 높이 세워진 철기둥에는 모두 2백64대의 TV 모니터가 달려 있다. '쇠' 와 '한국인의 세계화' 를 주제로 한 현란한 이미지가 모니터 속을 빠른 속도로 흘러다닌다. 모두 4개의 채널에서 쉴 새없이 토해내는 이미지들이 철골과 유리를 주 재료로 한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철이 철철' .철강회사의 건물이니만큼 철이 철철 흘러넘치라는 말일까. 백남준 특유의 장난기가 느껴진다. 철기둥은 나무를, TV 모니터는 꽃과 열매를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메마른 도심 속에 피어난 꽃. 굳이 환경보호 운운 하지 않더라도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매체를 통해 생성과 창조의 메시지를 던지는 백남준의 매력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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