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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국면 때 도발 경계해야, 내년 추가 핵실험 가능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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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호 12면

◇후나바시 요이치 인터뷰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북대화가 이뤄졌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한 편의 잘 짜여진 쇼였다. 한국과 북한의 의도는 분명했다. 미국·중국에 ‘우리도 대화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목적을 공유하고 각본에 따라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이란) 3단계의 첫 단계를 연출했다. 대화 국면 전환 자체는 별로 놀랍지 않다. 지금까지의 패턴상 조만간 대화로 넘어갈 시점이었고, 마침 6자회담 유관국이 모두 모이는 ARF가 좋은 기회가 된 것뿐이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남북대화를 선제 과정으로 내건 상황에서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남북대화쯤은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주도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북한에 있었다고 본다.”

급물살 탄 남북·북미 대화 … 미·일 전문가 진단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문제는.
“당분간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 본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은 대화 국면에서 항상 예기치 못한 도발을 감행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역사의 교훈이다. 북한은 대화를 진행시키다가도 자신들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도발을 했다. 오히려 지금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경계심을 높여야 할 시점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비핵화 회담을 분리해 진행하는 것에 대한 평가는.
“딜레마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일본도 납치 문제와 비핵화 회담을 병행해오면서 비슷한 딜레마를 겪었다. 능란한 외교술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와 비핵화 대화를 연계해 함께 다루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최우선으로 중요한 건 비핵화와 평화라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북한의 반인륜적인 도발과 납치를 잊어선 안 되지만 때론 현실적 대처가 필요하다.”

-북한 김계관 부상의 방미에 대한 평가는.
“미리 잘 짜여진 각본이다. 북한은 이 모든 게 파워 게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걸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김 부상의 뉴욕 방문 중에도 북한이 계속해서 평화협정 공세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6자회담 전망은.
“6자회담은 괴롭지만 필요한 절차가 됐다. 여전히 역내 평화를 위한 유일한 통로다. 북한은 연내 6자회담을 원할 것이다. 이는 6자회담의 의장국 중국도 원하는 바다. 하지만 시기보다 중요한 건 의제다. 앞으로 열릴 6자회담에선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 플루토늄을 통한 핵 개발이 김정일의 유산이라면 우라늄 핵개발은 후계자 김정은의 어젠다다. 내년을 강성대국으로 선전해온 북한은 주민에게 풍요로움을 안기지 못하는 대신 ‘강한 나라’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우라늄 핵개발에 대한 공통된 의견을 도출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어떻게 보나.
“인내심을 발휘하면 대가를 받는 게 세상 이치인데, 이게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북 양국 간에 대화가 이어지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북한 정권의 특성상 물꼬를 트는 방법은 정상회담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인사들도 나서서 현 정권의 정상회담을 돕고 있다고 들었는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 미국과 한국 모두 내년 대선을 앞뒀다는 이유로 성급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경계한다.”

◇브루스 클링너 인터뷰
-발리 ARF에 대한 평가는.
“깜짝 놀랄 만한 진전이다. 한국·미국·북한의 막후 외교 노력이 빚어낸 결과다. 북한의 입장 변화는 극적이다. 하지만 북한의 행동 패턴에서 이런 극적 효과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금껏 북한은 전략적 목표를 취하기 위해선 전술적인 양보를 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제 중요한 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문제는.
“한국 정부는 지금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 대화를 어떻게 강력히 연결 지어야 하는지 딜레마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민들은 6자회담을 포함한 북한과의 모든 대화 국면에 앞서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라는 요구를 집요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은 최소한도의 사과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는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대화 국면에 대한 전망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일 경우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나온다. 북한이 만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에 동의하거나 우라늄 핵개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한국의 강경 기조는 북한의 핵 위협을 감소시키는 데 있어서 오히려 방해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펼치는 대화 공세는 여전히 ‘대화’보다는 ‘공세’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진전을 도출하는 데 있어 너무 적극적으로 나올 경우 한국이 소외당할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납치 문제를 강조하다 소외됐던 것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양국은 공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한반도의 안보에 우려가 된다는 맥락으로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평가는.
“‘강성대국’이라는 북한의 슬로건과 김정일-김정은 후계구도에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사실 ‘강성대국’이라는 용어는 북한이 1999년부터 사용해왔으며 최근 몇 년간의 핵·미사일 도발은 후계구도와는 무관한, 북한의 대외정책에 의한 결과다. 개인적으로는 김정은 후계 구도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한다. 김정은이 완벽하게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살아있는 한, 김정은의 왕위는 공고해질 것이다.”

-6자회담에 대한 전망은.
“조기 재개를 점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북한이 아직 공세적 입장을 바꿀 만큼 충분한 압력을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은 지금 오히려 자신들의 입지가 더 강화됐다고 느끼고 있을 수 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군사적이고 외교적인 압박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엔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우라늄 핵개발을 폭로한 것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국제적 압력을 받지 않았다. 중요한 건 한·미가 공조해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6자회담의 협상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틀로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목표라는 것을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이다. 지금까지 대화 국면에서 북한은 희망의 싹을 잘라왔다. 북한에 대한 의구심은 뿌리가 깊다. 그 뿌리를 자르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진정성을 보여야 한
다.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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