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채비율 겉으로만 급감

중앙일보

입력

대기업들이 겉으로는 부채비율을 대폭 줄였다고 선전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부채가 크게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자본이 대폭 늘어난 때문으로 나타났다.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로도 풀이된다.

2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4대 그룹 계열 44개 상장사의 지난해말 현재 부채총계는 1백4조원으로 1998년말의 1백14조원에 비해 약 10조원 (8.7%) 이 줄어들었다.

반면 자기자본을 가리키는 자본총계는 지난해말 현재 80조원으로 1년전의 39조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2백88%에서 1백30%로 1백58%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는 이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해서 부채를 열심히 갚기보다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는데 치중했다는 의미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유상증자를 해서 증시에서 거둬들인 돈은 16조원으로 부채 감소분보다 훨씬 많았다.

SK그룹의 경우 부채총계는 5천억원이 늘어났지만 자본총계가 두배가량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은 지난 98년말 2백21%에 지난해말 1백16%로 감소했다.

현대그룹은 부채총계를 5조원 줄였지만 자본총계를 20조원이나 늘리면서 부채비율이 4백23%에서 1백36%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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