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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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만나는 크리스마스. 미국 오리건 발레단이 3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부산 KBS홀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문화 나들이 삼아 관람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공연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예술의 전당 클래식·무용 부문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공연은 미국의 대표적인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조지 발란신(1904~1983)의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 초연에서 환상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무대로 전회 매진을 기록한 데 힘입어 올해 앙코르 형식으로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른다.

이번 내한공연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볼 수 있었던 호두까기 인형을 여름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특히 점점 커지는 크리스마스트리, 병정들의 실감나는 전투신, 다양한 특수효과 등이 잘 어우러져 공연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1989년 창립한 오리건 발레단은 보스턴 발레단, 뉴욕시티 발레단과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발레단이다. 미국 내 주요도시에서 고전발레 공연으로 수 차례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20세기 명작발레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을 상연해왔다.

이번 공연은 미국 발레 대중화의 선두주자인 조지 발란신의 오리지널 버전 작품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러시아에서 호두까기 인형이 초연됐을 때 공연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 그러다 조지 발란신이 안무를 한 이후 호두까기 인형은 전 세계공연장에서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무대에 오르는 인기 작품이 됐다.

‘무용계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그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는 무용수 100명이 출연해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다. 어린이 무용수가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극에 생동감을 더하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조지 발란신의 호두까기 인형 상연을 허가 받은 발레단은, 조지발란신이 생전에 창단한 뉴욕시티발레단과 오리건 발레단 단 두개뿐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조지 발란신 재단은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공연장·무대음향·의상·무용수를 일일이 체크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야기는 150년 전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주인공 마리가 잠이 든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두까기 인형과 쥐들의 한판승부, 눈의 나라로 떠난 호두까기 인형의 모험담을 발레를 통해 실감나게 표현한다. 발레공연은 대사가 따로 없어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발레단의 섬세하고 화려한 테크닉이 단박에 없애준다. 60㎏ 눈의 특수효과와 함께하는 ‘눈의 왈츠’는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관객들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국내 어린이 무용수 42명이 출연한다. 각종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한 아이들로 조지 발란신 재단이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행사를 주최한 코아엠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공연보다 더 커진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연출로 관객들에게 한 단계 높은 감동과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공연은 총 10회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 티켓문의=코아엠커뮤니케이션 070-7814-7330,www.nutcrackerobt.com

[사진설명] 올 여름, 무더위를 씻어줄 ‘호두까기 인형’의 공연 장면.

<채지민 pd myjjong7@joongang.co.kr 사진="코아엠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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