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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겠다” 재정부 사무관 14명 다른 부처 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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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부터 2014년까지 16개 부처와 20개 정부기관의 공무원 1만452명이 세종특별자치시로 내려가면서 비게 될 과천청사가 정부청사로 계속 사용된다. 법무부가 과천청사에 남 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차관급인 방위사업청,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새로 들어간다. 정부는 2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청사 활용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전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세종시 행을 피하려는 공무원이 늘어나는 등 공직 사회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세종시가 정부 인기부처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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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심각하다. 특히 미혼 여사무관과 갓 결혼한 신혼, 맞벌이를 하는 직원들의 동요가 크다. 과거 재정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육동한 총리실 국무차장이 26일 서울 정부 중앙청사에서 세종시 이전에 따른 청사 활용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유진 대학생사진기자(후원 Canon)]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있는 기획재정부 한 간부가 전하는 요즘 ‘과천 정부청사 1동’의 분위기다. 경제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재정부는 전통적으로 공무원들 사이 최선호 부처로 꼽힌다. 그런데 올 상반기에만 14명의 사무관이 “서울에 남겠다”며 다른 부처로 옮겨갔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국방부, 여성부, 헌법재판소 등이 대상이 됐다. 반면 연초 결원을 메우기 위해 사무관 전입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런 움직임은 이전 시기가 다가오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인사과 관계자는 “서울에 남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민원을 전달해오는 직원들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면서 “가고 싶다는 사람을 다 보내면 조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이런 문제를 장관께도 보고하고, 나름대로 대책을 찾아보려 하고 있지만 개별 부처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세종시로 옮겨갈 예정인 총리실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한 관계자는 “남들의 시선을 피해 행정안전부의 인사교류 사이트를 뒤적이는 사람이 적잖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난 11일 세종시 이전 대상 부처 인사과장회의를 소집했다. 세종시로 내려가는 공무원들의 애로 사항이나 민원을 파악하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에선 서울이나 과천에 남는 것을 원하는 공무원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행안부는 이런 공무원을 위해 2008년 만든 나라일터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나라일터는 다른 부처나 기관으로 가기를 원하는 공무원들을 인터넷상에서 서로 맞춰(매칭) 맞교환 인사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 세종시로 이전하는 지식경제부의 한 여성 공무원은 나라일터에 “지경부에서 근무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마침 이 글을 본 과천시 여성 공무원이 지경부 근무를 희망해 이달 초 지경부와 과천시 간의 맞교환 인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남는 곳과 떠나는 곳 사이의 명암은 신임 사무관들의 부처 지원 양상에서도 드러난다. 여성가족부·행안부 등 세종시로 가지 않는 곳들이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 새로운 인기 부처로 부상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2명 모집에 1~3지망을 합해 8명이 지원해 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년 1명 선발에 1지망 지원자 없이 2지망에만 2명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10명을 선발하는 행안부도 37명(3.7대1)이 몰려 전년 경쟁률 2.2대1을 웃돌았다. 여기에는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에서 빠진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과천청사, 방통위 등 입주=재정부 등의 이전으로 비게 되는 과천청사에는 방송통신위 등 장·차관급 4개 기관 외에 경인지방통계청·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서울지방조달청 등 10개 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다.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천이 연구개발(R&D) 중심 지역으로 발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정부도 과학기술위 등 R&D와 유관한 기관을 배치할 계획”이라 고 말했다.

글=이철재·유길용 기자
사진=김유진 대학생사진기자(후원 C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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