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수급균형 무너져 당분간 약세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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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코스닥지수가 한때 230선마저 무너지며 몹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뚜렷한 '사자' 세력이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투매현상까지 빚어졌다.

거래대금은 평소의 절반 수준인 2조4천억원대로 줄어들어 다시 거래소시장(2조5천억원선)에 밀리고 말았다. 이같은 현상은 한달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단 보유주식을 팔았다가 추세가 돌아서는 것이 확인될 때 다시 매수할 것을 권하고 있다.

◇ 왜 떨어지나〓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코스닥 기업들의 유.무상 증자 물량이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쏟아질 예정이다.

SK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2주 동안 추가로 등록되는 물량은 지난 주말 종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2조5천억원어치나 된다. 그러나 이 물량을 받아줄 만한 매수세력은 아직까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반등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은 최근엔 관망세다.

투자신탁회사들은 주식형 수익증권의 환매 때문에 주식을 적극적으로 살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신규 자금의 유입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초부터 중.소형 개별종목들을 번갈아 샀다 팔았다 하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내는데 몰두했다.

이에 따라 지수는 내려도 상승 종목수가 하락 종목수를 웃도는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졌다. 투기성 매수세도 형성되면서 일부 종목들은 조그마한 재료만 있어도 상한가 행진을 하기도 했다.

바이오칩(생명공학 관련주).인터넷 보안 관련주 등 각종 테마가 이 기간 중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16일부터 개별종목 장세가 막을 내리며 하락종목수가 상승 종목보다 훨씬 많아졌다.

20일에는 2백58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총 거래종목의 80%인 3백76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 언제쯤 반등할까〓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시장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반등이 있겠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박종현 LG투자증권 코스닥팀장은 "기관들의 경우 전체 주식투자 규모에 비해 코스닥 비중이 아직도 작은 만큼 다음달 이후부터는 지수 관련주를 중심으로 조금씩 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며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해 뒀다가 이런 조짐이 보일 때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 고 말했다. 그는 "지수 220선을 바닥으로 보지만 일시적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고 설명했다.

이영목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주식을 사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개인들의 힘만으론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며 "'쉬는 것도 투자' 라는 증시 격언처럼 때를 기다리는 게 좋다" 고 말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선 지난 1월 저점이었던 지수 170선까지 밀릴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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