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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들인 연천 ‘남토북수’ 홍보 중단 … ‘안성마춤’ 2년 누적적자 100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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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경기 연천군의 지역 공동 브랜드 ‘남토북수’가 딱 그렇다. 쌀·포도·버섯·귤 등 연천 지역 농산물의 대표 브랜드를 목표로 삼고 출발했지만 올 들어 홍보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지난 4년 동안 신문과 TV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도 인지도가 10%를 채 넘지 못해서다. 그동안 남토북수를 알리기 위해 쓴 광고·홍보비는 매년 5억원씩 모두 20억원. 이 외에도 품질 검사 비용과 포장재 제작비, 택배비 지원금 등 매년 1억7000만원 정도가 따로 들었다. 연천군으로선 부담스러운 액수였지만 그마저 다른 지자체들의 지출 공세에 밀렸다는 게 내부 평가다. 연천군 관계자는 “아무리 해도 시 단위 지자체와는 예산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더라”며 “차라리 농협이나 농식품부가 전국적으로 브랜드 관리를 해 줬으면 한다”고 털어놓았다.

 지역 공동 브랜드는 돈 먹는 하마다. 지자체마다 자체 홍보를 위해 브랜드 육성에 열을 올리지만, 홍보비와 출하 시설 등에 쓰는 비용에 비해 수익성은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다. 농민들도 공동 브랜드에 무심한 데다 워낙 공동 브랜드가 많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서다.

 대표적 지역 브랜드로 꼽히는 경기 안성시의 ‘안성마춤(표준어는 ‘안성맞춤’임)’도 마찬가지다. 안성마춤은 2002년 이후 10여 개의 전국 단위 브랜드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다. 2009년 시·군 단위로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성마춤 농협은 2009·2010년 누적 적자를 100억원 이상 냈다. 지금까지 미곡종합처리장 리모델링(59억원)과 과일 거점 유통센터(121억원), 채소 처리장(33억원) 건설 등 시설 투자에만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홍보비를 감안하면 예산은 더 늘어난다. 공주대 산업유통학과 권기대 교수는 “일부 인기 브랜드 중에선 지자체가 밑도 끝도 없이 예산을 쏟아부어 인지도를 높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결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브랜드가 도태되면 예산만 낭비하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농산물 브랜드를 지역 홍보뿐 아니라 단체장 개인의 홍보용으로 쓰는 경우도 왕왕 있다. 농산물 브랜드를 내세워 단체장이 얼굴을 내미는 광고를 만드는 게 흔한 예다. 한 농업 문제 전문가는 “어떤 광고는 농산물 홍보인지 선거 포스터인지 헷갈리는 것도 꽤 된다”며 “품질 관리는 등한시하면서 홍보·광고만 열심히 하는 지역 브랜드는 단체장 홍보용이 아닌지 일단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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