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야구] SK 창단 지연 프로야구 행정 마비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에 새로 참여하는 SK의 창단작업이 늦어지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 운영 행정이 마비되고 있어 자칫 페넌트레이스의 부실 운영과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KBO는 해마다 시즌전에 발간하는 각종 자료집 편집과 경기 일정 조정 작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고 17일 밝혔다.

시즌 전 발간 자료집에는 프로야구연감과 프로야구 각 분야 종사자들을 망라해 수록한 수첩, 그리고 시즌 경기 일정 등 필수적인 자료들이 실리는데 SK의 창단 지연으로 편집 작업을 진척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각 팀당 6개월간 132경기씩 치르는 페넌트레이스 경기 일정은 수작업을 통해 꼼꼼하게 작성해야 하는데 SK의 창단이 늦어지면서 이 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KBO는 SK가 인천을 연고지로 수용함에 따라 경기 일정표를 대강 만들어둔 상태이나 2001년 서울로 이전하기 전까지 인천구장과 수원구장을 SK와 공동 사용하는 현대가 SK와 구장 사용 협의를 시작도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섣불리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경기 일정이 확정되지 않는 통에 각 구단 운영도 엉망이다.

66경기를 원정경기로 치러야 하는 각 구단은 이맘 때면 원정숙소 예약을 모두 마쳐야 하지만 SK 때문에 예약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수십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원정 경기에서 숙소의 연간 예약과 선수단 급식 계획 등은 구단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

한 구단 관계자는 "톱니바퀴처럼 맞춰야 하는 시즌 운영 계획이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러다 원정경기를 민박집에서 자면서 치르는 불상사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SK의 시범경기 불참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눈총이다.

시범경기는 각 팀의 전력 평가 및 상대팀 탐색 기회라는 뜻도 있지만 정규 시즌에 앞서 겨우내 프로야구 경기에 목말랐던 팬들에 대한 선물이라는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SK가 갖가지 창단조건 수용을 요구하면서 창단을 미루고 있는 데 대해 각 구단은 물론 일부 팬들도 '너무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SK가 걸핏하면 '창단 불가' 또는 '올시즌 포기'를 들먹인데다 시범경기마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자 '프로야구의 정상적 경기 운영을 볼모로 제 욕심을 차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SK는 '승률 4할 전력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으나 일부 구단에서는SK의 요구대로라면 당장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전력'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고 이때문에 애꿎은 팬들만 피해를 볼 판이다.

선수협의회 파동으로 일대 타격을 입은 프로야구가 이 문제를 어렵사리 해결하고 새출발을 앞뒀지만 SK의 '몽니'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onhapnews.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