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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부품값 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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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벤츠코리아가 올해 수입차업계 처음으로 부품가격을 평균 15%씩 내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최근 삼성화재와 사고차 수리가격을 산정하면서 부품 종류에 따라 10∼20%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업체 스스로 부품가격의 거품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BMW·폴크스바겐·아우디 등 업계 전반으로 부품가격 인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벤츠 사고차량 수리비가 10% 줄어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난 이후 자동차보험을 재계약할 때 할증 역시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이번 인하는 소비자가 개별 부품을 구매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험사를 통한 수리비용 산정에만 적용된다. 수입차는 부품가격이 비싸 작은 사고라도 95% 이상 보험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판매대수 급증에 따라 벤츠 보험계약자가 증가하면서 보험사를 통한 수리비용을 산정할 때 부품가격을 평균 15% 정도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달 1일부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유럽산 부품관세(8%)가 없어졌다. 이 회사는 이를 적용해 1일부터 평균 4.6% 부품가격을 내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수입차 수리비가 비싼 가장 큰 원인은 해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부품 가격”이라며 “벤츠의 부품가격 인하는 다른 수입차 업체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업체들은 2007년부터 BMW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보급을 확대해 왔다. 판매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부품 판매도 따라 증가하고 여기서 이익을 많이 내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수입차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 신차 판매가 아닌 후방산업(부품 및 중고차 판매)에서 이익을 내는 구조다.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3000만원 전후의 국산 중형차를 타던 중산층이 4000만∼6000만원대 수입차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구입 이후 비싼 서비스 가격으로 유지비용이 국산차의 서너 배가 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왔다.

 특히 BMW·벤츠·아우디·폴크스바겐으로 대표되는 독일 수입차의 경우 부품 수리비가 동급 일본차보다 서너 배 비싸다. 이들 업체의 2.0L 엔진 오일 교체 비용은 16만∼20만원에 달한다. 동급 국산차는 4만∼5만원, 일본차가 7만∼10만원 정도다.

 벤츠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312억원 가운데 서비스 부품을 팔아 낸 이익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독일 수입차 업체들은 부품을 수출할 때 본사에서 15∼20%의 마진을 얻는다”며 “국내에서도 평균 10∼15% 수준인 신차 판매 마진보다 부품 판매 이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이 2009년 조사한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277만7000원으로 국산차 평균 수리비 79만6000원보다 3.49배 많았다. 동급 국산차보다 수입차 가격이 1.5∼2배 비싼 것을 감안해도 수리비는 지나치게 비싼 셈이다.

 한편 벤츠코리아는 부품가격 인하와 함께 수입차 업계 최초로 사고수리 공인 견적시스템인 ‘아우다텍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우다텍스는 세계적인 공인 견적시스템으로 사고 수리 차량의 모델별 부품 가격, 수리 시간, 수리 방법 등의 정비사항에 대한 표준 정보를 통해 정확한 견적을 낼 수 있게 설계됐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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