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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40m 크레인에 부산이 갇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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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50)씨가 작업복을 입은 채 40m 아래 지상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이 크레인에 갇혔다. 부산시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폭염에 달궈진 40m 높이 크레인은 한여름 정국의 뇌관이다. 회사 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김진숙(5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95일째 크레인 꼭대기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매일 동향을 보고받는다. 검찰·경찰·국정원과 부산시는 날 선 충돌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일단 이번 사태가 메가톤급 정치 쟁점으로 확산하는 데는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 행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진숙씨를 응원하고,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희망버스 행사는 이미 두 차례나 열렸다. 수천 명의 참가자는 경찰과 충돌했다. 부산 영도구는 아수라장이 됐다. 부상자가 생기고, 엄청난 쓰레기도 쌓였다. 그 피해는 모두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이미 노사가 합의했는데 왜 제3자가 개입해 파국으로 몰고 가느냐”는 시민들의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3차 희망버스가 달리기로 한 30일은 휴가철 피크 때다. 영도구 자영업자모임 측은 "태종대 같은 피서지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권력이 나서기도 위험하다. 해산 작전을 펼치려면 크레인 밑에 수십 개의 대형 매트리스를 깔아야 한다. 매트리스 한 개 까는 데만 4~5시간이 걸린다. 이런 장면이 농성자를 자극해 파국을 부를 위험이 크다.

  30일까지는 열흘밖에 안 남았다. 대타협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한진중공업 사측이 2007년 필리핀 수비크만에 조선소를 짓고 일자리를 빼돌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기업의 책임 윤리가 실종됐다는 주장도 있다. 사측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숙씨도 이제는 크레인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런 극단적인 투쟁은 사회를 분열과 갈등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뿐이다.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라. 이게 국민의 소망이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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