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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업체 대주주 편법인수 논란

중앙일보

입력

한 코스닥 등록기업의 대주주가 자사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장외에서 사들여 막대한 평가차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미니 전화기.휴대폰 충전기 등을 생산하는 시스컴은 지난 6일 사모 BW 1백억원어치를 발행해 유나이티드M&A라는 기업 인수.합병(M&A)중개회사에 매각했다.

그러나 같은 날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이상훈(李相勳)씨의 부인 최수형씨와 장모인 허난영씨는 유나이티드M&A로부터 45억원어치의 BW를 되사들였다. 대주주인 이연옥씨도 45억원어치의 BW를 같은 방식으로 매입했다.

시스컴 주가는 지난달 29일 코스닥 등록 이후 11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15일에는 4만3천50원까지 올랐다.

BW 행사가격이 2만원이므로 BW를 산 사람들은 이미 2배 가량 차익을 남긴 셈이다. 다만 BW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기가 내년 3월 7일 이후라서 투자자들은 그때까지 이익을 실현할 수는 없다.

BW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주식수는 현재의 3배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증자와는 달리 BW를 발행해 특정인에게 넘긴 것이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은 주식물량 증대에 따른 주식가치 손실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됐다.

이 회사의 김만중 경영기획실장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며 "BW를 인수하기로 했던 곳에서 갑자기 자금마련이 어렵다고 하는 바람에 BW발행을 취소할 수 없어 대주주들이 불가피하게 인수했던 것" 이라고 해명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대주주만 이익을 보고 소액 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 문제점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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