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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후원금 밀어주는 ‘소셜펀딩 중개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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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대학생들이 창업한 소셜펀딩 중개업체 ‘텀블벅’이 화제다. 왼쪽부터 윤명진 디자이너, 소원영 개발자, 염재승 대표.


‘예술가는 외롭고 배고프다’는 통념에 맞서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자금이 없어 서랍 속에 잠자던 시나리오나 음반 제작 비용이 없어 사장될 위기에 있는 무명 가수의 노래에 세상의 빛을 보게 해준다.

 이들의 이름은 텀블벅(tumblbug). 꿈을 모으는 쇠똥구리(tumblebug)라는 의미다. “소셜웹으로 예술 산업의 유통구조를 바꿔보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해 입소문을 내고, 관심 있는 일반인들의 모금을 받는 ‘소셜펀딩’을 시도 중이다.

 이 회사 염재승(23)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제작비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게 영화학도 대부분의 형편. ‘독립 예술가들이 금전적 리스크 없이 창작 활동을 하도록 돕는 길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개발자 소원영(25·국민대 시각디자인 2)씨를 만나 소셜펀딩 중개업체 창업을 결심했다. 미국의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도 꼼꼼히 분석했다. 여기에 소씨의 학과 동기 윤명진(26)씨와 후배 김가경(21)씨가 각각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합세해 서울 서교동 옥탑방에 사무실을 차렸다.

 소셜 펀딩의 방식은 단순하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작자가 텀블벅 사이트(http:://tumblbug.com)에 프로젝트 제안서를 공개하고 모금액 목표와 마감일을 정한다. 텀블벅 트위터(@tumblbug) 등을 통해 이 내용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후원을 예약한다. 마감일까지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조성된 후원금이 결제돼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그러지 못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취소된다.

 올 3월 30일 서비스를 시작해 3개월 만에 900여 명이 참여, 2900여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잡지 출판, 인디밴드 공연, 지식공유 행사를 비롯해 현재까지 12개의 프로젝트가 목표 금액을 채웠고 3개는 이미 행사를 마쳤다. 후원자와 기획자는 돈 이상의 것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염 대표의 설명. “프로젝트가 끝나면 후원자는 ‘나만을 위한 특별판’이나 창작자의 감사편지와 같은 독특한 가치를 돌려받게 됩니다. 기획자도 내 작품을 반드시 사용하거나 볼 사람이 생긴다는 점에서 열정과 책임감을 더 갖게 돼죠.”

  텀블벅은 목표 금액을 채운 프로젝트에 대해 후원금의 5%를 수수료로 받는다. 지금까지 번 돈은 150만원. 사무실 운영비와 결제대행 수수료를 지출하면 적자를 면하는 정도지만 3개월 만의 성과인 만큼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소셜 펀딩의 발전은 ‘신뢰’에 달려 있다”는 염 대표는 “문화·예술 산업 유통구조에 ‘소통’과 ‘도전정신’을 불어넣을 겁니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소셜펀딩(social funding)=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미리 공개해 일반인의 투자를 받아 제품이나 예술품을 제작하는 방식.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라고도 한다. 수익금 배당이 아닌 완성품이나 문화행사로 후원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과학·기술·출판·공연 등 분야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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