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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가전제품이 ‘좀비 PC’ 되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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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영흠
잉카인터넷 대표

2009년 기준으로 인터넷이 차지하는 경제규모는 주요 8개국(G8)과 브라질·중국·인도·한국·스웨덴을 합친 13개국에서만 1조6700억 달러에 이르고 전자상거래 규모는 무려 8조 달러에 달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 공간의 사회적·경제적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노린 해킹에 의한 대규모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어노니머스와 룰즈섹이라는 해커집단이 소니 등 세계적인 대기업과 미연방수사국(FBI), 미중앙정보국(CIA)을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했다. 또 해킹은 국가 간 전쟁·테러 및 스파이 활동의 양상마저 바꾸어 놓았으며, 사이버 공간은 국가와 집단·개인이 뒤얽힌 전쟁터가 되었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무기 삼아 치열한 사이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의 경우 최근 현대캐피탈과 농협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해킹에 의한 기업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 국가 주요 사이트에 주로 행해지던 디도스(DDoS) 공격이 경쟁사를 공격하는 기업형 디도스 공격도 늘어나고 있다. 개인 역시 해킹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PC에 저장되는 개인정보의 양이 늘어나면서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전부가 공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의 해킹이나 바이러스 피해가 개인정보 유출이나 자료 유실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이들이 금융정보의 탈취를 노리는 방향으로 변하며 직접적인 금전피해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가전제품도 스마트화하며 해킹의 위험은 PC와 산업시설을 넘어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해커에게 이용당하는 좀비 PC에 이어 좀비 휴대전화의 출현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 인프라가 인터넷 기반으로 옮겨가면서 해킹에 의한 위협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상황이지만 보안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가 사이버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안 분야의 투자는 여전히 저조하고 보안산업이 3D 업종으로 인식되며 보안인력의 수급 역시 원활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디도스 및 대규모 보안사고에도 반짝 관심을 보일 뿐 실질적인 보안강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주영흠 잉카인터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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