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관광상품권 174억 … 은행원이 돌려막기 … 3년간 20여억 빼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하나은행의 관광상품권 판매 담당 직원이 특정 공기업이 이를 사 간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3년간 170억원어치를 빼돌렸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1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하나은행 본점의 A(41) 대리는 2008년 6월부터 자신이 판매를 담당하는 국민관광상품권에 눈독을 들였다. 이 관광상품권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제작·판매하며 시중은행이 판매를 대행한다.

 전국 백화점·면세점·식당·호텔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구매 고객이 적지 않다.

 A씨는 기업들이 해당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할 때 대금을 나중에 결제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한 공기업이 한 번에 2000만원, 5000만원씩 상품권을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뒤 상품권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빼돌린 상품권은 명동지역 상품권 판매상에게 팔아 현금화했다.

A씨의 횡령 사실은 최근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고 은행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3년간 빼돌려 판매한 상품권은 174억7000만원 상당이었다. 경찰은 “대금 만기일이 다가오면 또 다른 상품권을 빼내 결제하는 돌려막기를 하는 바람에 은행 측이 3년간 횡령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돌려막기’에 사용한 금액을 제외하고 그가 챙긴 돈은 20억여원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정을 몰랐던 은행 측은 “상품권 판매 실적이 좋다”며 그에게 인센티브 8000여만원을 주기도 했다. A씨는 “횡령한 돈 대부분을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썼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16일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로 보냈다.

송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