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순간포착…' 50년간 상복입은 사연

중앙일보

입력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은 죄인이란 생각에서 산소 곁에 초막을 짓고 상복을 입은 채 3년상을 치렀던 것이 우리네 조상들의 풍습 이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핸드폰의 시대에도 그런 게 가능할까. 16일 저녁 7시15분에 방송하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는 무려 50년 가까이 상복 차림으로 살아온 충남 금산의 신성현(88)할아버지를 소개한다.

신성현 할아버지는 6.25가 나기 전 고향마을에 공산당이 들어오자 이를 피해 혼자 38선 이남으로 내려온 실향민. 고향을 떠난 이듬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상복을 입었지만 '부모의 임종을 하지 못한 죄인' 인 탓에 아직까지 상복을 벗지 않고 상중인 채로 있다는 것이 주변에 알려진 사연이다.

할아버지는 심지어 딸의 결혼식날도 흰 무명 한복에 굴건 차림을 고집했을 정도. 당연히 할아버지 본인을 인터뷰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윤영휘 PD는 주변 취재를 거친 뒤 할아버지를 찾아가 큰절부터 하고 무릎을 꿇은 채 '각박한 세상에 사람사는 도리를 소개하고 싶다' 고 간곡하게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했다.

어렵사리 방송 동의를 얻어냈지만 할아버지는 '죄인' 임을 강조할 뿐 '죄인된 사연' 에 대해서는 끝내 말을 아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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