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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 트위터로 몰려간 까닭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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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관진 국방부 장관 트위터엔 해병대 총기사건이 이슈다.

16일엔 “군인이 군인일 때가 언제였던가?”란 아이디 pok808의 질책성 글이 올랐다. 김 장관의 사과에 대한 댓글이다. 김 장관은 “해병대 총기사건과 관련하여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안타깝게 희생된 해병 용사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지난달 20일 김 장관 트위터.

아이디 bkly9의 글이 올라왔다. “민항기에 총질하는 해병대 좀 혼내 주세요, 국방장관님. 군기가 완전 빠졌네요.”

김 장관이 즉각 답글을 단다. “그 민항기에 탔던 승객들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아무리 따져 봐도 훈련 부족, 집중력 부족, 정신적 해이(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런 문답은 그보다 며칠 전 다음과 같은 트위터상의 대화에 이어 나왔다.

아이디 sirasoni6028:“행정형 군대, 과감한 업무 혁신이 필요합니다.”

김 장관은 “군대 선진화란 무기·장비 현대화뿐 아니라 구조·교육훈련·의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분야가 망라됩니다. 특히 병영 생활에서의 구타 행위는 후진국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악습이지요. 아직도 잔존하는 일부 부대에 대해선 각별히 관심을 갖겠습니다”고 적었다.

김 장관은 5월 2일 트위터에 개인 계정을 열었다. 온라인 소통으로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다짐을 하면서였다.

국방부 장관뿐만 아니다. 정부 부처의 장관들이 대부분 트위터에 빠져들고 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일부터 23일간 현대미술관 설계 건축가 민현준씨와 트위터 대화를 나눴다. 경복궁 인근 기무사 터에 현대미술관을 짓는 문제를 놓고서였다. 민씨가 “예산을 줄이려면 일정이 더 필요하고 일정을 당기려면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관련자 여러 명이 이런저런 의견을 냈다. 정 장관은 “역사에 남을 훌륭한 건축물을 남기자”고 트위터 민심을 유도했다.


김황식 총리는 직접 컴퓨터를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편지지에 연필로 쓴 글을 스캔한 뒤 트위터에 올린다. 외국인 지원센터를 찾았다가 떠오른 어머니에 대한 생각, 119 구조대원을 만난 소감 등을 편지 형태로 적었다. 총리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이라고 소개했다. 5월 16일 그의 트위터엔 ‘파주 봉일천고등학교에서’란 편지가 올라 있다. 김 총리는 “걸 그룹 티아라의 ‘지연’을 너무 좋아해 밤에 잠을 못 자는데 어찌하면 좋으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잠을 자야 꿈에라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엉터리 처방을 내놓아 함께 웃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원론 수준의 문답 내용이지만 트위터 민심에 주목할 대목도 많다. 5월 7일 이귀남 법무장관의 트위터 대화.

아이디 rh201: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중국에서 발각됐다면 틀림없이 극형일 것입니다. 악질적 사건이니 상당히 비장한 각오로 다뤄야 할 것임. 지켜 보겠습니다.”

이 장관은 “검찰에서 온 힘을 다해 수사 중이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답했다.

신변잡기에 관한 내용도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장관께서 좋아하시는 베스트 팝 5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예전에 엘비스 프레슬리, 사이먼 앤드 가펑글, 존 덴버 등의 노래를 좋아했었지요”란 댓글을 달았다.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게 관료사회 풍토다. 장관들이 트위터에 빠져든 것은 이명박 정부의 막힌 소통을 SNS로 뚫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이 4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정책 소통 강화를 위한 SNS 활용”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일상적인 것이라도 올려야 한다. 장·차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5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는 트위터로 중계됐고, 네티즌의 실시간 의견이 댓글로 달렸다.

12일 열린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선 ‘공직자 SNS 사용 원칙과 요령’<위 표>을 확정했다. 장관들의 트위터 이용이 활발해져 정부 차원의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 설명이다.

*** 확정된 공직자 SNS 10대 원칙

1. 공직자는 SNS 활동도 책임져야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면 확인하고 올리자

2. 언론이 지켜본다
SNS의 모든 콘텐트는 언제나 기사가
될 수 있으니 신중해야

3. 기밀, 개인 정보 누설은 말아야
정부 기밀, 타인 정보 흘리지 않는 것은 기본

4. 욕설·모욕은 자격 미달
차별적 발언, 욕설 했다간 정부가 욕먹는다

5. 불만 댓글에 답글은 예의
질문이나 불만 나오는 것은 당연, 즉각 답해야

6. 맞춤법 틀리면 망신, 사투리도 피해야
공직자는 공인, 글 작성 마치면 반드시
맞춤법과 문법 확인해야

7. 방문자 글 삭제하면 거부감만 만든다
정부 정책 부합되지 않아도 일방 삭제는 금물

8. 신분 위장하면 ‘댓글 알바’ 오해받아
떳떳하게 신분 밝히고 정부 정책 설명하라, ‘신상털기’ 만만치 않다

9. 정부 험담은 속으로만
정부에 대한 공무원의 불만은 부풀려진다

10. 지나친 정부 미화도 금물
SNS를 일방적인 정부 홍보 수단으로 여겼다간 스팸 간주돼

최상연 기자, 오경묵·오선진 인턴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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