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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인도, 美와 손잡고 SW강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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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방갈로르(인도) 〓이철호 기자]인도양의 열기가 미처 올라오지 못하는 인도의 데칸고원. 사계절 서늘한 방갈로르 지역의 소프트웨어 단지는 오는 20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앞두고 잔치 분위기다.

인도 핵실험 이후 내려진 경제제재 조치가 풀리고 양국 정상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리란 기대 때문이다(LG인디아 김광로 대표) .

미국 실리콘밸리와 인도 방갈로르의 시차는 12시간. 실리콘밸리의 연구원들은 낮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방갈로르 연구소에 e-메일로 부탁한 뒤 퇴근한다.

방갈로르 현지 연구원들은 의뢰받은 문제를 낮에 말끔히 해결한 뒤 인터넷을 통해 미국으로 전송한다.

1996년부터 이곳에 정착한 LG소프트웨어 인디아(LGSI) 의 최항준 수석부장은 "실리콘밸리와 방갈로르는 이미 완벽한 보완관계를 구축한 상태" 라고 말했다.

지난해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10대 기술도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 방갈로르. 33개의 반도체.소프트웨어 관련 업체와 70개의 정보통신 회사에서 3만5천명이 일하고 있다.

방갈로르는 값싸고 풍부한 고급인력과 이들의 능숙한 영어가 강점이다. 영국 식민지를 거친 인도는 IITs(인도공과대) .IISc(인도과학원) .IIMs(인도경영대학원) 등 세계적 수준의 교육기관에서 해마다 6만8천명의 영어구사가 가능한 고급인력을 배출하고 있다(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영어사용 가능 기술자 보유) . 이곳 소프트웨어 업체 신입사원의 연봉은 5천달러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기술수준은 전혀 손색이 없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엄격한 국제기준인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의 SEI-CMM 레벨5.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 처음으로 이 인증을 받은 데 이어 두번째로 이 자격을 획득한 업체가 바로 방갈로르의 모토로라 인디아다.

현재 레벨5에 오른 전세계의 25개 업체 가운데 12개 업체가 방갈로르에 몰려 있다. 이같은 기술력을 배경으로 방갈로르의 간판기업인 인포시스는 불과 10년만에 주가가 1만6천배나 뛰어올랐다.

방갈로르 공항은 H1비자(3년동안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 를 받아 미국으로 떠나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들로 항상 붐빈다.

지난해 인도의 소프트웨어 수출(39억달러) 가운데 58%(23억달러) 가 해외에 진출한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벌어들인 돈이다.

최근에는 인도 기술인력의 상당수가 현지에 정착,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외국인들 중 인도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LG인디아의 김대표는 "지식산업 경제라는 21세기를 가장 앞서 나가는 나라가 바로 인도" 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몸이 달아있는 쪽은 미국이다. 첨단기술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미국 기업들은 '인도 사람들이야말로 기술이 좋고 영어도 잘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는 이유를 들어 인도 기술인력에게 비자를 면제하라고 미국정부와 의회에 로비할 정도다.

요즘 미국 나스닥에는 '방갈로르 주(株) ' 가 테마주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기업이라도 방갈로르에 뿌리내려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실리콘 그래픽스.AT&T.모토로라.소니를 비롯, 미국의 경제 전문잡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1천대 기업 중 2백3개 업체가 이미 방갈로르에 진출했다.

요즘에는 시티은행 같은 금융기관까지 인도에서 전세계 금융망에 깔 소프트웨어를 공급받고 있다.

아탈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지난해 12월 "신지식과 정보통신을 바탕으로 2010년까지 세계 초강국으로 올라서겠다" 고 선언했다.

인도 정부는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수입품에 적용되던 1백14%의 관세를 올초 완전히 폐지하고, 소프트웨어 업체에 외화계좌 개설을 허용했다.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연평균 6%가 넘는 고성장을 이뤄야 빈곤과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인도는 방갈로르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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