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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를 놀라게 한 6살 꼬마 킬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미시간州 플린트市 부근에서 사는 6세짜리 아동의 교내 총기발사 사건으로 전 미국이 경악하고 있다. 소년의 아버지 데드릭 다넬 오언스는 한 동료 수감자로부터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총을 쏜 아이가 내 아들임을 직감했다”고 밥 피켈 보안관에게 털어놓았다.

오언스는 코카인 매매 및 강도죄로 2년을 복역한 후 집행유예로 풀려났었지만 유예조건 위반으로 재수감 중이다. 피켈이 오언스에게 어떻게 그토록 쉽게 단정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아들의 과격한 성향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소년은 급우를 연필로 찌르는 등 잦은 싸움으로 3차례나 정학처분을 받았었다.

오언스는 석방돼 있던 동안 아들에게 왜 다른 애들과 싸우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아들은 “다른 애들이 미워서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아들이 “폭력적인 영화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소년의 엄마마저 아들에게 무관심했던 것 같다. 결국 당국이 개입했고, 소년은 1∼2주 안에 ‘분노 억제’ 치료를 받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소년은 지난주 급우 케일라 롤랜드(6·여)
에게 복수한답시고 32구경 반자동 권총을 그녀 가슴에 발사했다. 여자 아이는 피를 흘리며 교실 바닥에 쓰러졌지만 소년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6세 아동의 심리를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소년의 의식 속엔 일반적인 도덕성으론 억제되지 않는 환상과 실제 생활의 어두운 영상들이 뒤범벅돼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 아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환경과 가족의 산물이었다.

최근 미국에서 빈발하는 끔찍한 교내 총기난사 사건들과 비교해봐도 ‘케이 케이’(케일라의 애칭)
의 죽음은 실로 끔찍했다. 이번 사건 이전까지 급우를 살해한 최연소 아동은 10세짜리였다. 소녀의 죽음은 모든 부모들로 하여금 아이들이 선과 악을 구분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도록 했고, 자기 자식을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에 대해 다시 우려하게끔 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번주 총포상들에게 안전장치가 부착된 총기 판매를 의무화하는 법률의 제정 등 한층 강화된 총기규제법을 논의하기 위해 의회지도자들에게 ‘정상회담’을 요청했다. 총기 구입이 지나치게 쉬운 현실에 대한 논란이 결국 구체적인 법률 제정과 자발적인 안전장치 마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나이가 너무 어려 처벌이 어렵지만 케일라의 피살이 향후 몇 달 간 책임규명을 둘러싼 공방전의 기폭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그 소년의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시작돼야 한다. 소년은 플린트市 인근의 한 저소득층 단지 내 방 2개짜리 낡은 집에서 살았다. 마당엔 보드카 병과 자동차 부품이 나뒹굴었고, 밤이면 시도 때도 없이 낯선 사람들이 집을 드나들었다. 경찰은 그들이 코카인 매매와 복용을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간이식당 요리사로 옆집에서 살다 이사를 위해 짐을 싣고 있던 윌러드 오스카(36)
는 “지난달엔 밤 12시와 새벽 1시에도 총성이 들렸다. 그 집은 동네에서 아예 낙인찍힌 집”이라고 말했다.

소년은 그 집에서 외삼촌인 서 마커스 윈프리(21)
및 또다른 남자 자멜 제임스(19)
와 함께 살면서 잠은 거실 소파에서 잤다. 인근에서 살던 애 엄마는 집주인에 의해 쫓겨난 뒤 2주 전부터 소년과 그의 형(8)
을 자신의 동생에게 맡겼다. 이웃 주민 로리 라폰드는 “애 부모는 늘 마당에서 욕하고 싸우지 않으면 술만 마셔댔다”고 말했다.

소년이 다니던 부엘 초등학교 정문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안전에 힘씁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학교 밖은 마약 밀매자들로 득실거리고 지난해엔 학생들의 안전한 하교길 확보를 위해 경찰의 추가배치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제너럴 모터스社에서 일하다 지금은 은퇴한 마이크 호글(55)
은 “지금 이 동네엔 갱과 마약이 득실거린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주민 상당수가 근로계층이었지만 지금은 복지수당에 의존해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케일라 가족은 그래도 예외다. 그녀의 어머니 베로니카 매퀸은 자동차 부품공장에 아침 일찍 출근해야 했고, 케일라를 포함한 1남2녀의 등교는 계부인 마이클 매퀸이 맡아 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케일라는 읽기 능력이 뛰어난 영리한 학생이었다. 그 가족의 친구 이본 영은 “그 애는 깜찍한 말괄량이였다. 우린 늘 그 아이에게 넌 첫 여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케일라는 죽기 전날 소년과 말다툼을 벌였다. 소년의 말로는 그녀가 자기를 때렸다는 것이다. 소년은 경찰에서 케일라를 죽이려던 게 아니라 겁을 주려던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집에 온 소년은 총 한 자루를 찾아냈다.

열심히 찾을 필요도 없었다. 외삼촌의 친구인 제임스가 권총을 갖고 장난치는 것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침실 담요 밑에서 찾아낸 32구경 반자동 권총을 훔친 후 숨겼다.

그는 이튿날 아침 실탄 세 발을 장전한 총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등교했다. 그는 그날 자신의 ‘1일 행동 평가서’를 가져가는 것도 잊었다. 학생들은 평가서에 부모나 보호자의 서명을 받아 등교하도록 돼 있었지만 경찰은 나중에 평가서가 서명도 하지 않은 채 TV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전 10시 직전 1학년 급우들이 컴퓨터 교실로 이동하기 위해 복도에 줄지어 있는 동안 소년은 케일라를 포함한 몇 명의 다른 급우들과 함께 교실에 남았다. 그날 아침 케일라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블루진과 꽃무늬가 있는 셔츠, 핑크색 부츠 차림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자주색 리본으로 묶고 등교했다.

담임교사 앨리시아 저드가 아이들을 정리하기 위해 복도로 나간 사이 소년은 총을 꺼내 먼저 다른 두 여학생을 겨냥하다가 총구를 케일라에게 갖다 댔다. 소년은 “난 네가 싫어”라고 말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은 케일라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녀는 자리 옆 바닥에 쓰러졌다.

급우 하일리 더빈(6)
은 “마루엔 온통 피투성이였고, 그 애는 ‘난 죽어가고 있어’라고 말했어요. 케일라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눈을 감았어요”라고 증언했다.

총성이 울리자 저드는 교실로 뛰어들어와 휴대폰으로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케일라는 피를 심하게 흘리고 있었다. 케일라의 어머니 베로니카 매퀸은 팔이 부러졌거나 사소한 상처겠거니 생각하면서 병원으로 달려왔다.

베로니카는 케일라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벽에 몸을 기대며 “우리 아이 어디 있죠”라며 오열했다. 시신 확인을 위해 응급실에 들어선 베로니카는 곰인형이 새겨진 흰 환자복 차림의 케일라를 끌어 안고서 “제발 일어나거라…”라며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소년은 케일라를 쏜 후 총을 책상 속에 넣고 복도로 뛰어 나갔다. 학교 관리인들이 바로 소년을 붙잡았다. 경찰서에 연행된 소년은 수사관에게 사건을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양심의 가책은 거의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제니시 카운티의 아서 부시 검사는 “총을 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TV에서 흔히 보는 일’ 정도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년은 신문(訊問)
이 끝난 후 의자에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경찰은 어떤 그림인지 밝히지 않았다)
.

사건 기소에 필요한 ‘범죄 의도’는 없었던 것 같기 때문에 당국자들은 다른 곳에서 책임을 물어야 했다. 소년의 외삼촌 집을 급습한 경찰은 도난당한 12구경 엽총 1정과 코카인을 찾아냈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권총도 도난당한 것으로, 경찰은 그 총이 마약 대금 대신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지난 2일 결과적으로 소년에게 총을 제공한 자멜 제임스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제임스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소년의 어머니 타말라에게는 자기 동생 집에서 사람들이 매일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들을 그대로 방치한 혐의가 적용됐다.

사건 당시의 생생한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 몇몇 아이들은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 로리 라폰드는 “우리 아들은 학교에 가기를 몹시 무서워 한다. 무척 겁을 먹고 있다. 그 애는 ‘엄마, 내가 총에 맞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한다.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관계자들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금속 탐지기를 설치하고 총기 사건이 발생한 교실을 봉쇄한다는 등의 논의만 진행 중이다.

케일라의 어머니 베로니카의 법정대리인인 변호사 J. 댈러스 와인가든 2세는 이 사건으로 케일라의 가정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케일라의 생부인 리키 롤랜드는 제프리 피거 변호사를 고용했다(그는 불치병 환자를 안락사시킨 잭 케보키언 박사와 살인혐의로 성인과 같은 책임을 지고 법정에 선 13세 소년 너새니얼 에이브러햄을 변호했다)
. 피거는 “누군가를 고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정의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년은 아마도 올해 안으로 부엘 초등학교에 다시 등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너무 어리기 때문에 정학기간이 교칙상 80일을 넘지 못한다. 같은 반 아이들과 부모들은 너무 이르다고 여길 것이며 분명히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지난 주말 케일라의 장례식장에는 수천 명의 조문객들이 곰인형들에 둘러싸여 청바지 차림으로 조그만 흰색 관 속에 누워 있는 소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현재 소년의 장래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모집에 임시로 맡겨진 소년에 대해 법원은 그를 부모 중 어느 한 쪽에 맡길 수 있는지 여부를 심의 중이다. 소년은 앞으로 복잡한 교정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해 무분별한 살인자에서 정상아로 거듭나기 위한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뉴스위크=Keith Naughton 기자, Evan Thomas 워싱턴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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