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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소녀 검객’ 최정, 서봉수·오규철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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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야전사령관’ 서봉수 9단마저 15세 소녀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최정 초단은 서봉수 9단에 이어 ‘무등산 검객’ 오규철 9단마저 제압하고 8연승을 달렸다. 45세 이상 아저씨들로 구성된 시니어 팀 진영에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여류 팀은 12명 전원이 온전한데 시니어 팀은 이제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김수장 9단, 안관욱 8단 4명만 남았다. 두면 둘수록 물이 오르고 있는 최정은 기라성 같은 나머지 4명의 기사마저 모조리 꺾어 전승을 거둘 수 있을까.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는데 이젠 조금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1일 열린 지지옥션배 제7국에서 최정은 서봉수 9단과 마주 앉았다. 나이는 무려 43년 차이. 젊은 시절 야생의 승부사로 불리며 숱한 기적을 일궈냈던 서봉수 9단은 과거 한·중·일 국가대항전이었던 진로배(농심배의 전신)에서 무려 9연승을 거두며 우승컵까지 따냈던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더구나 서봉수는 지금도 젊은 후배들과 실전훈련을 거듭하 기 때문에 최정이 서봉수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커다란 관심거리였다. 바둑은 과연 백을 쥔 서 9단의 페이스로 흘러갔다. 그러나 종반에 이변이 일어났다. 쉽게 끝내기를 했으면 낙승을 거둘 국면에서 서 9단이 돌연 대마 공격의 칼을 뽑아 든 것이 문제였다. 최정 초단은 화려한 솜씨로 백진을 휘젓고 살아버렸고 바둑도 막을 내렸다. 초반 감각은 조금 떨어지지만 전투나 몸싸움엔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이는 최정의 멋진 역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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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엔 꼬마 시절 바둑을 배웠던 오규철 9단과 맞섰다. 흑을 쥔 최정은 초반에 우세를 잡은 뒤 막판 추격을 잘 막아 4집반 승. 이렇게 8연승을 거둔 최정은 18일 ‘대전 신사’ 안관욱 8단을 상대로 9연승에 도전한다. 승리하면 19일은 김수장 9단 차례다. 지금까지 연승전의 최다 연승 기록은 서봉수 9단의 진로배 9연승인데 최정은 18일의 대국에서 승리하면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최정은 유창혁 9단의 제자이기도 한데 앞으로 2승을 더 거두면 사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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