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떤가] 인플레 없는 장기호황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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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의 진전에 따른 빈부격차의 확대 문제는 미국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은 지난 1991년 이후 9년째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같은 기간동안 빈부격차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 미국식 '신경제' 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가 지난 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10년간 미국의 소득상위 5% 계층의 소득은 연평균 15% 늘어난 데 비해 하위 5% 계층의 경우는 채 1%도 늘지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현재 상위 5%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3만7천5백 달러로 하위 5%의 소득(1만3천 달러)을 10배이상 웃돌고 있다. 이같은 소득격차는 20년전보다 더 벌어진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소득격차의 확대는 산업간 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지난 5년간 정보통신 관련 산업의 생산성은 매년 30%씩 증가했으나 다른 전통산업쪽은 평균 2.5%씩 늘어나는 데 그쳤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장기 경제호황의 이면에는 정보와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람들의 소득은 급팽창한 반면 그렇지 못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현상 유지에 급급한 구조적 문제가 숨어있다" 면서 "미국이 장기호황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거의 없는 것은 생산성이 높아져서이기도 하지만 단순직 근로자들은 저임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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