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사려면 오전 10시에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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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에서 데이 트레이딩은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데이 트레이딩의 많은 문제점들이 거론되며 데이 트레이딩을 제도적으로 규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미국 월가에서는 데이 트레이딩 유령이 온갖 전통적인 기술적 증시 지표들을 무너뜨리면서, 증시를 극도의 혼란 속에 빠뜨리고 있다는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거래의 증가와 함께 데이 트레이딩은 이미 주식시장의 커다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사·변호사·회계사·경영컨설턴트라는 온갖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문 데이 트레이더로 나서, 하루에 평범한 직장인들의 1년치 연봉인 몇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지 않는가. 미국에선 데이 트레이더를 ‘21세기 첨단 전문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이미 예전부터 자리잡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도 이젠 데이 트레이딩의 좋고 나쁘고에 대한 다툼보다 데이 트레이딩의 실체와 실제의 매매기법을 익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데이 트레이딩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주식투자자에게는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데이 트레이딩을 하지 않는 주식투자자라도 데이 트레이딩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올리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또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데이 트레이딩을 하려면, 혹은 이해하려면 먼저 저항선과 지지선을 알고 넘어가자.

저항선과 지지선은 기술적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다. 중장기투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저항선과 지지선이 데이 트레이딩에서도 역시 유용한 지표로 쓰일 수 있다.

저항선은 말 그대로 주가가 더 이상 올라가기 어렵게 매도물량이 쌓여 있는 가격대이다. 지지선은 반대로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 주는 매수세가 탄탄한 가격대이다. 데이 트레이딩의 관점에서 보면 당일의 지지선 위에서 사고 저항선 아래에서만 팔면 가장 성공적인 매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매매를 하려면 당일의 어느 가격대가 저항선과 지지선이 되는지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저항선:많은 매도호가 잔량이 쌓여 있는 가격대로 주로 7천5백원, 8천원, 1만2천원과 같이 뒤에 0이 많이 붙는 가격대이다. 주식시장이 열리고 1시간 정도 지나면 그날의 최고가가 저항선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거래량으로 따지면 당일 가장 많이 거래된 최고 가격대가 강력한 저항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저항선이 뚫리면 곧 그 가격대가 강력한 지지선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가격대가 뚫리자마자 몇 분 이내에 대량 매물이 쏟아지며 매도호가 잔량이 쌓인다면 일시적으로 저항선을 뚫은 의미밖에는 없다.

◇지지선:많은 매수호가 잔량이 쌓여 있는 가격대로 주로 7천5백원, 8천원, 1만2천원과 같이 뒤에 0이 많이 붙는 가격대이다. 주식시장이 열리고 1시간 정도 지나 10시쯤 되면 그 날의 최저가가 저항선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거래량으로 따지면 당일 많이 거래된 최저 가격대가 강력한 지지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지지선이 뚫리면 곧 그 가격대가 강력한 저항선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항선과 마찬가지로, 그 가격대가 뚫리자마자 몇 분 이내에 지지선의 가격대에 대량 매수호가 잔량이 쌓인다면 일시적으로 지지선을 뚫은 의미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 가격대의 지지선은 유효하다.

그런데 위에 설명한 저항선과 지지선은 장 중에 수시로 변화한다. 어떤 종목은 그 범위가 10%에 이르기도 하고, 어떤 종목은 2~3% 범위 안에서 계속 움직이기도 한다.

같은 종목이라도 수시로 저항선과 지지선의 폭이 변동되기도 한다.

결국 단기적인 주가흐름을 관찰하며 어느 가격대가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지지선으로 작용하는지를, 다른 매매자들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데이 트레이더가 우수한 데이 트레이더들인 것이다. 단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하던 주가가 멈칫거리며 저항선에 부닥쳤다고 모든 투자자들이 느끼는 순간 주가는 이미 하락하고 있다. 반대로 계속 하락하던 주가가 지지선에서 더 이상 하락을 멈추고 거래가 이루어지면 투자자들은 매수주문을 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일시에 저가 매수세가 밀려들어 주가는 상승으로 반전한다.

아래에 정리된 저항선과 지지선을 이용한 매매기법은 순간을 다투는 데이 트레이딩에서 가장 유용한 기법이므로,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1)정확하게 저항선과 지지선에서 팔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매매기법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지지선이라고 예측되는 가격대 위에서 사고 저항선이라고 예측되는 가격대 아래에서 판다는 매매기법은 결코 진정한 데이 트레이딩이 아니고 단기적인 예측매매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즉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데 어느 정도 매수잔량이 쌓인 가격대에 매수주문을 내놓거나 주가가 상승할 때 어느 정도 매도잔량이 쌓인 가격대에 매도주문을 내놓는 형태의 매매기법이 이 경우이다.
이런 매매방식의 가장 불리한 점은 무엇인가. 주가가 상승이든 하락이든 강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일 때 자신이 낸 주문이 모두 소화되고 계속 같은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잔량이 쌓인 호가대가 일반투자자에게 공개되며 강세가 꺾인다면 자신의 주문은 체결됨 없이 주가는 방향을 바꿀 것이다. 어느 쪽이든 최선의 매매라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2)결국 저항선이라는 것을 주가 흐름에서 인식했을 때 매도하고, 지지선이라는 것을 주가 흐름에서 인식했을 때 매수하는 기법이 요구된다. 예측매매와 같은 개념으로 보이지만 주가의 움직임 자체에서 저항선과 지지선을 읽는 테크닉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막연한 예측매매’와는 다른 성질의 투자기법이다.
저항선과 지지선을 읽는 방법 중에 매수호가에 체결되는지, 혹은 매도호가에 체결되는지를 읽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계속 상승할 경우 계속적으로 매도호가에 체결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급락할 경우는 계속 매수호가에 체결되며 주가가 급락한다. 이렇게 주가가 한쪽 방향성을 가질 경우는 주가지수가 급변하면서 매도세와 매수세가 한쪽에 치우치는 경우에 발생된다. 또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도적인 단타세력에 의해 발생한다.
결국 매매기법의 차이는 있지만, 상승이 멈추거나 꺾이는 시점, 하락이 멈추거나 반등하는 시점을 매매타이밍으로 잡는 매매기법이 유효하다. 이 순간 주가는 급변하게 되므로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주문이 요구된다.

(3)저항선을 뚫었을 때를 매수시점으로 잡고 지지선이 뚫렸을 때를 매도시점으로 잡는 매매기법도 유효하다. 이런 매매기법은 예를 들어 매도호가 잔량이 많이 쌓여 있는 가격대에 꾸준히 잔량이 줄어들며 체결될 경우 매수하는 기법이다.
이런 매매투자기법의 가장 큰 위험은 뭔가. 매도잔량이 소화되며 저항선으로 보이는 주가를 돌파했지만 곧 매물이 쏟아지며 결국 다시 저항선이 되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단기 상승의 초기(지지선에서 가까운 저항선)에는 저항선을 뚫었을 경우, 계속 주가가 상승한다. 또 단기상승의 말미에는 저항선을 뚫었다가도 계속적인 주가 상승을 이루지 못하거나 계속 대량 매물벽이 나타난다. 그러면 더 이상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4)저항선과 지지선은 대상 종목에 대해 판단한다. 하지만 상승이나 하락 추세의 강도는 종합주가지수, 주가지수 선물지수, 상승종목수, 하락종목수, 유사종목군의 주가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데이 트레이딩도 숲(전체 시장)을 보지 않고 나무(특정 종목)만 보고 매매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주도적 단타세력의 움직임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매수 상위 증권사와 매도 상위 증권사의 거래량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A증권 창구로 매수물량이 꾸준히 늘면서 주가가 단기 상승하다 하락하면서, 다시 B증권 창구로 매도물량이 꾸준히 늘면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단기 데이 트레이딩을 하는 주도적 단타세력이 개입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위 자료는 장중 내내 증권사별로 매수와 매도가 반복적으로 증가됐던 씨티아이반도체의 시세화면. 매도상위, 매수상위의 증권사가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게 특징이다. 문의 imanda@hitel.net

권정태 매크로머니 차장 / 이코노미스트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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