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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평양 사정권 … ‘미핵잠트리오’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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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한 미군사령부는 지난 9일 부산을 방문한 미국 버지니아급 공격형 잠수함 텍사스호(SSN 775, 7800t급)의 내부를 11일 언론에 공개했다. 병사들이 텍사스호 2층에 있는 주조종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승조원 130여 명이 탑승한 이 잠수함은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작전이 가능해 특수부대의 기동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 [송봉근 기자]


미국 해군의 최신예 핵잠수함 ‘텍사스호’가 부산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버지니아급 공격형 잠수함인 텍사스호는 지난 9일 오후 해군 부산기지에 들어와 11일 국내 취재진에 공개됐다. 길이 114.8 m, 너비 10.4 m인 이 잠수함은 현재 130여 명의 승조원을 싣고 미 7함대의 작전 지역인 태평양 일대에서 통상적인 파견업무를 수행 중이다. 텍사스호는 2005년 취항한 최첨단 잠수함으로 1400~1600㎞를 날아가 오차 범위 1m 이내로 목표물을 명중시킬 수 있는 12기의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로 무장돼 있다. 또 컬러카메라·디지털 적외선 카메라 등 최첨단 감시장치도 갖췄다.

 미 해군은 텍사스호의 입항 사실은 물론 잠수함 내부까지 낱낱이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극비의 군사기밀에 해당할 법할 첨단 무기체계의 특징과 위력 등을 숨김 없이 보여준 것이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내에 미 핵잠수함이 들어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미 핵잠수함들은 동해 쪽 공해에 교대로 상주하며 북한핵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1년에 최소 3번 이상 진해 및 부산의 해군기지에 입항한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입항 사실 자체를 비밀에 부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나 최근 수개월 전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 해군은 국내 취재진을 잠수함 안으로 초대한 것은 물론 2~3시간에 걸쳐 브리핑과 질의응답까지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초 세계 최대의 핵잠수함 중 하나인 미시간호가 부산항에 들어왔을 때도 배 내부와 함께 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 등을 국내 언론에 공개했었다. 미시간호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154기나 탑재한 가공할 위력의 핵잠수함이다. 지난해 11월에도 부산항에 입항한 핵잠수함 하와이호의 승선이 국내 언론에 허용됐었다.

 이처럼 과거 잠수함의 행적조차 숨겼던 미군 측에서 돌연 핵잠수함 내부까지 숨김 없이 보여주게 된 데는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인 김병기 디펜스 타임스 편집위원은 “지난해 천안함 침몰 및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미 해군의 입장이 달라진 것 같다”며 “잇따른 핵잠수함의 공개는 태평양 지역 내 미 해군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크루즈미사일로 무장한 막강한 핵잠수함의 국내 입항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최근 부쩍 강력해진 중국의 해군력을 의식한 제스처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중국은 첫 항공모함 개발과 함께 핵잠수함 숫자도 늘리는 등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베트남·필리핀 등 주변국들과 남중국해 내 난사군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벌이며 해상무력 시위를 감행해 왔다. 이런터라 최근에 이뤄진 일련의 핵잠수함 공개도 국제정세를 복합적으로 감안한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글=남정호 국제선임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미국 핵잠수함 텍사스 (SSN-775, 7800t급) 제원

▶길이 : 114.8m

▶너비 : 10.4m

▶최대 속도 : 34노트(시속 63㎞)

▶탑승 인원 : 130여 명

▶주둔 모항 : 미 하와이 진주만

▶주요 무기 : 토마호크 미사일 12기(사정거리 1609㎞), MK-48 중어뢰 38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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