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지단의 박치기 보지 못한 심판 … 레드카드 정당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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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
마티아스 루 지음
박아르마 옮김, 함께읽는책
203쪽, 1만3000원

이 책의 표제는 여러 모로 헷갈린다. 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라니? 고대 그리스의 축구 이야기인가? 아, 그러고 보니 브라질 대표팀에 소크라테스라는 선수가 있었지. 그럼, 축구 선수 소크라테스의 일대기? 다 틀렸다. 다만 축구와 철학을 한 데 묶어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저자의 시도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흥미롭다. 이를테면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이 열리는 경기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격돌했던 그 경기 말이다. 전·후반 90분, 연장전 30분, 승부차기, 시상식까지 시간대별 축구 경기를 차근차근 분석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지단이 이탈리아의 마테라치가 자신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박치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얼핏 보면 축구 전문서적인 듯도 싶다. 하지만 저자의 관심은 축구 그 자체에 있지 않다. 프랑스에서 철학교사로 일하는 저자는 축구를 매개로 철학적 사유를 길어낸다. “대중적인 철학 입문서를 읽고 느꼈던 실망감 때문에 책을 썼다”며 가장 대중적 스포츠인 축구를 통해 철학적 사유에 들어가는 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마치 프랑스-이탈리아의 월드컵 결승전을 TV 화면으로 중계하듯 생생하다. 시간 순서에 따라 경기 장면을 묘사하다가 잠시 멈춘 다음, 그 장면이 시사하는 철학적 명제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정점은 연장 후반 2분이다. 지네딘 지단(프랑스)이 마테라치(이탈리아)를 머리로 들이받은 이른바 ‘박치기 사건’이다. 이 장면에서 ‘정의와 법’이란 철학적 명제를 끌어온다.

 먼저 법의 문제. 지단의 박치기를 실제로 목격한 심판은 없었다. 그들이 지단에게 퇴장 명령을 내린 근거는 TV 중계 화면이었다. 하지만 축구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심판은 축구가 정한 법칙을 어겼다. 여기에서 이런 철학적 물음이 가능하다. 법으로 정한 것은 반드시 정당한 것일까?

 이런 식으로 모두 15개의 축구 장면에서 철학적 명제를 끌어오고, 칸트·마르크스·루소 등 다양한 철학자와 대화를 시도한다. 철학 입문의 턱을 효과적으로 낮췄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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