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행진, 해결 묘책 안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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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유가 때문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국제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경고메시지를 보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증산을 강력 촉구하고 있으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7일 뉴욕시장에서의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거래가격은 배럴당 34달러를 넘었다. 90년 걸프전 발발 당시의 33달러선을 웃도는 가격이다.

유가 급등은 지난해 3월 OPEC 회원국들이 하루 2백20만배럴을 감산키로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유가는 20달러 선을 맴돌았다. 산유국들의 감산이행은 90%대에 육박했고 급기야 10년만의 고유가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멕시코등 3개국이 지난 6일 하루 1백만배럴 증산방침을 밝혔으나 같은날 이란과 알제리.리비아는 증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9일부터는 이란의 남다르 잔게네 석유장관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를 차례로 방문, 증산 불가를 역설할 방침이기도 하다. 때문에 27일 빈에서 열릴 OPEC 회의에서도 증산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설사 1백만배럴 증산에 합의한다 해도 고유가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산 규모가 터무니 없이 작기 때문이다. 미국은 하루 2백50만배럴이 증산돼야 국제경제에 타격이 없다고 본다.

IEA는 하루 3백만배럴은 증산해야 유가가 25달러선을 유지, 세계경제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또 있다.

원유증산이 이뤄진다해도 시장에 반영되려면 5월중순 이후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MIT교수는 5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증산규모로는 원유 재고량의 사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석유 유통구조를 감안할 때 현재의 고유가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세계 원유재고량도 1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세계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재고량이 2억8천4백만배럴로 10년래 최저치에 접근하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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