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산시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 최우수상 받은 이혜정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모유의 장점과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모유로 아이를 키우려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바쁜 직장생활과 주변여건 등으로 인해 모유수유를 하기란 쉽지 않다. 고된 삶 속에서도 4남매를 모두 모유수유로 키운 이혜정(34·아산시 배방읍)씨가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아이들을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포기하고 건강한 엄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씨를 만났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아산시보건소에서 열린 한방육아교실에서 이혜정씨가 아들 경원이에게 지압 마사지를 해주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 [조영회 기자]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아기가 나중에 컸을 때 잔병치레도 없고, 면역력도 좋으니 여건만 된다면 해야겠다고 결심해왔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 수유를 하긴 힘드니까 아이들의 건강만 바라보고 모유 수유에 올인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아산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에서 만난 이씨는 모유 수유에 대한 엄마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생후 8개월 된 아들(이경원)과 함께 참가한 이씨는 이번 대회가 처음이 아니다. 아산 배방읍에서 11·8·5살 세 딸을 포함한 4남매를 모두 모유 수유로 키웠기 때문이다.

 “첫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를 시작했을 땐 제대로 젖을 물릴 줄도 몰랐죠. 하지만 자세와 방법 등 요령을 터득하고부터는 아주 자연스러워졌어요. 둘째 아이를 낳고부터 꾸준히 대회에 참가했고 이번이 벌써 3번째입니다.”

 생후 12개월 미만의 영아와 엄마들을 대상으로 아산시 보건소에서 열린 모유 수유 선발대회에는 이씨를 비롯해 50여 명의 엄마들이 몰려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소아과 전문의사와 모유 수유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성장발육과 발달, 모자 애착 정도 등을 심사해 건강한 모유 수유아 11명을 선발했다. 단연 최우수상은 이씨의 차지였다.

 정현우(42·소아과 전문의)심사위원은 “모유 수유에 관해 수년간 교육했지만 처음부터 정확하게 젖을 물릴 줄 아는 엄마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젖 물리는 자세와 방법, 수유 횟수가 잘못되면 모유 수유 자체가 어려워지는데 이씨의 경우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정확했고 아이의 발육상태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출산 전 몸매로 돌아가기 위해 조리원에서 부터 음식을 조절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씨는 음식을 전혀 가리지 않았고 식사량도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젖이 많이 나오는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잘 먹었다는 것. 또 마사지나 산후 체조 등 몸매 관리를 위한 조리원 프로그램엔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아기들을 보살피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늘씬한 몸매보다 건강한 몸 중요”

“몸매가 좋은 여자들을 보면 부럽죠. 하지만 제가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할 수 있으니까. 늘씬한 몸매 보다는 건강하고 튼튼한 몸매가 차라리 더 낫겠다는 생각에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먹었죠.”

신생아는 보통 세 시간마다 젖을 물려야 한다. 따라서 분유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유 수유로만 먹이기란 아주 힘든 일이다. 밤에도 계속 자다 깨서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사람들은 4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씨가 나이차가 많은 막내 아들 때문에 딸들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씨의 ‘다자녀 교육법’은 상당히 체계적이다. “자녀가 네 명, 거기에 아이 아빠까지 가족이 모두 6명이나 되다 보니 그 속에 하나의 사회가 생깁니다. 그 사회 속에서 서로 협동하고 배려하는 습관과 성격이 자생적으로 몸에 배게 되고, 이기적인 성격과 행동은 용납이 잘 안 되기 마련이죠. 자녀가 적은 가정의 경우 ‘우리아이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대우하면 이기심이 싹트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씨는 간식과 옷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이고 입힐 만큼 아이들 양육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방 청소와 빨래 개기 등 간단한 집안일을 돕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일을 분담해 처리하면서 하나의 사회를 미리 경험하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아침마다 언성을 높여가며 아이들을 깨우던 습관도 버렸다. 누워 있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면서 귀에다 대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자”라고 속삭였다. 놀랍게도 큰소리를 칠 때보다 유연한 방법이 한결 효과적이었다.

 첫째 예원이와 둘째 주원이는 스스로 등교준비를 하고 저녁에는 동생을 위해 손수 기저귀를 개고 동생들을 돌보는데 여념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협동심도 강해지고 늘 부지런해요.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도 크고 부모에 대한 존경심도 남달라 항상 화목하고 행복하죠.”

다양한 강좌로 자기계발 시간 즐긴다

이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세 딸이 학교와 유치원을 가면 막내 경원이와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피곤해 쉴 만도 하지만 이씨는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강좌 등에 자주 참여하는 편이다.

 “집에서 쉬면 몸도 마음도 게을러 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오전에 시간이 비는 틈을 이용해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강좌에 자주 찾아가고 있죠.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법도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아요.”

 특히 이씨는 매주 금요일 아산시 보건소에서 열리는 ‘한방 육아교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참가한다. 한방 육아교실은 12개월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방 지압과 마사지를 해줌으로써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보건소는 생후 2~12개월 사이의 영아 및 부모 95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5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3기에 걸쳐 29회를 운영했고, 호응이 높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주요 사업내용으로는 영아 경혈 마사지 교육으로 경혈마사지에 대한 개괄적 소개, 경혈 마사지의 기본동작, 신체부위별 마사지법 등을 엄마가 아기에게 직접 하면서 익혀 가정 등 일상생활에서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프로그램 종료 시 실시한 모니터링회의에서 한방육아교실의 운영 횟수나 시간을 연장시켜 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92.6%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며 앞으로 운영 횟수를 늘리겠다고 했다.

 이씨는 한방육아교실 이외에도 아산시 평생학습관에서 열리는 꽃꽂이 프로그램과 교육청에서 매달 1회씩 주최하는 ‘명사특강’ 무료강좌에도 꾸준히 참여 중이다.

 “앞으로 시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 됐으면 합니다.”

‘최고의 선물’

이씨는 이렇게 모유수유를 시작한 지 수 년이 흘렀다. 이씨도 처음에는 초보엄마로, 모유수유가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에게 엄마 젖을 물린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가슴도 너무 아프고, 아이가 잘 빨지도 않아요. 정말 아이들만을 생각해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는 이제 이런 수고스러움이 전혀 힘들지 않다. 오히려 주변의 예비엄마들에게 모유수유를 하라고 적극 권장한다.

 “아이와 공감대도 쌓이고, 무엇보다도 아이와 엄마의 체질이 달라져요. 커가면서 면역력도 강해져 서로 건강하구요. 물론 직장맘들이 모유 수유에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현실의 벽을 넘어야 하지만 모유란 엄마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잖아요.”

 한편 실제로 모유 수유는 영아를 각종 감염으로부터 막아주고 성인이 됐을 때 심장병과 당뇨병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또한 아기의 지능발달에 도움을 주고 행동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