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모욕죄 합헌 … 현대사회, 갈수록 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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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자네 이름이 뭐야. 말 못해 XXX야!”

 2008년 11월 부산 해운대구 반송지구대 앞. 술에 취한 방모(43)씨는 지구대 소속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다 현행범으로 붙잡혔고, 이후 약식기소됐다. 방씨의 죄명은 모욕혐의. 법원은 방씨에게 “택시기사와 행인 등 불특정 사람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했다”며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했다. 억울함을 느낀 방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11조)’는 표현에서 ‘공연성’과 ‘모욕’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방씨는 또 욕설 등의 행위에까지 형벌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7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방씨의 위헌소원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공연성’과 ‘모욕’은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해질 수 있다”며 법원의 법 조항 해석 권한을 인정했다. 이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모욕죄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오히려 모욕죄의 사회적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와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로 다른 사람에 대한 모욕적 행위가 쉽게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관들은 결정문에서 “모욕 행위가 초래할 수 있는 피해가 과거에 비해 극심하고 피해 회복 또한 쉽지 않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박준희 공보관은 “요즘은 통신수단이 발달해 휴대전화 하나만 있어도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욕설을 하는 장면이 불특정 다수에게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회에서는 모욕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달성하는 공익이 크고, 모욕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 조항은 과도한 국가 형법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번 헌재 결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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