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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OS시장 통합하려는 MS의 야심

중앙일보

입력

리눅스 열풍이 몰아치고 인터넷 위주로 세계 PC의 판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운영체제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윈도 시리즈도 발빠른 진화(進化)를 거듭하고 있다. 얼마 전 윈도를 만드는 MS社에는, 미국내에서 독점 판정이 내려지고 빌게이츠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개발에만 주력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세계 PC 80%가 윈도 사용

3월 7일부터 한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차세대 OS(Operating System) ‘윈도2000’이 출시된다. 윈도95가 발표된 지 5년여 만의 일이다. 윈도2000은 지금까지 발표된 윈도 제품군을 통합하고, 이를 통해 세계 OS시장을 통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붙여진 이름. 그러나 얼마 전 빌게이츠는 경영에서 손을 떼고 개발에만 주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결정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과 최근 급변하는 OS시장의 추세, 그리고 이 때문에 MS사에 감돌고 있는 일말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MS사는 1975년에 설립된 이래 PC의 활발한 보급과 함께 성장해 왔다. 물론 그 직접적인 배경엔 OS의 대명사로 불리는 MS-DOS라는 운영체제가 있었다. MS사는 85년 윈도1.0으로 첫번째 윈도를 발표했다. 이후 94년까지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목적으로 한 윈도3.1과, 불가분의 동반자 MS-DOS 6.2를 발표했다. 당시까지도 윈도 제품군은 도스를 기반으로 하는 16비트 운영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95년 MS사는 마침내 OS시장에 대변혁을 일으키고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불법 복제와 저작권에 대한 인식 또한 조금씩 각인시켜 준 윈도95를 발표하게 된다. 윈도95는 불완전한 32비트 환경과 안정성의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PC의 80% 이상(윈도98 포함)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운영체제 개발 역사의 이면에서는 또 다른 윈도가 개발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NT(New Technology)로 명명돼 ‘32비트 무장애(無障碍) 운영체제’를 기치로 내건 서버(server)용 운영체제다. 그런데 이제 시판에 들어가는 윈도2000은 바로 윈도NT 시리즈의 계승자다.

윈도2000은 크게 4개의 제품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윈도NT 4.0 워크스테이션의 뒤를 잇는 ‘윈도2000 프로페셔널’과 윈도NT 4.0 서버를 계승해 4개까지의 CPU를 지원할 수 있는 ‘윈도2000 서버’와 8개까지의 CPU를 지원하는 ‘윈도2000 어드밴스드 서버’, 그리고 초대형의 유닉스(Unix)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윈도2000 데이터센터’가 그것이다. 여기서 이전의 윈도 시리즈와 눈에 띄게 달라진 점들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편리한 설치
윈도NT를 한 번쯤 설치해 본 사람은 서버용 운영체제답게 조금은 까다롭고 복잡한 설치 과정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윈도2000은 윈도98만큼이나 편리한 설치 마법사를 제공해 설치 단계에서부터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2) 유연해진 파일 시스템
파일 시스템에 있어 윈도95는 FAT(File Allocation Table)를 사용하고, 윈도98은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지원하기 위해 FAT32를 사용한다. 그리고 NT에서는 NTFS(NT File System)을 사용한다. 그래서 윈도95/98을 NT로 바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었고, NT에서 만들어진 파일을 윈도95/98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윈도2000에서는 FAT32를 지원, 윈도98 사용자가 윈도200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멀티부팅(multi-booting)을 할 경우 자료 공유도 가능해졌다.

3) 편리해진 응용 프로그램 관리 기능
윈도2000의 프로그램 설치/제거 기능을 이용하면 설치된 프로그램의 사용 빈도를 알 수 있어 잘 쓰이지 않는 프로그램을 쉽게 구별해낼 수 있다.

4) 인터넷을 통한 손쉬운 업데이트
윈도2000은 NT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인터넷을 통한 윈도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따라서 마우스만 몇 번 클릭하면 프로그램과 장치 드라이버 등을 항상 최신 버전으로 유지할 수 있다.

5) 인터넷 서버 기능의 강화
이전 NT 버전은 웹서버로 사용할 수 있는 IIS(Internet Information Server)만을 탑재했다. 하지만 윈도2000은 FTP(File Transfer Protocol) 서버를 기본으로 제공함으로써 인터넷 서비스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다.

6) 편리한 인터넷 연결
윈도98과 같이 인터넷 연결을 도와 주는 마법사를 탑재해 순차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7) 주변 장치 설치의 용이성
윈도2000은 윈도98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PnP를 지원해 대부분의 장치를 자동 인식하고, 하드웨어 추가/제거 마법사가 추가돼 윈도NT에 비해 편이성이 월등하다. 또 ACPI(Advanced Configuration and Power Interface)를 지원하는 하드웨어를 사용하면 컴퓨터가 켜진 상태에서도 하드웨어를 추가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8) 멀티미디어의 강화
윈도2000은 윈도NT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멋진 CD 플레이어를 비롯해 DirectX 7.0을 지원해 다양한 게임도 할 수 있다.

그밖에 가상 사설 네트워크(Virtual Personal Network)를 지원해 외부에서 인터넷을 통해 접속할 수도 있다. 또 오프라인 파일/동기화 관리자와 같은 모빌 컴퓨팅을 지원한다. 이는 이동이 많은 노트북 등에 필수적인 요소로,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연결했던 컴퓨터의 대상 파일을 미리 읽어 임시 저장 공간에 저장해 둘 수 있다. 따라서 연결이 끊긴 다음에도 하던 작업을 계속 수행할 수 있고, 다시 네트워크에 연결되었을 때 자동으로 업데이트 된다.

더불어 인터넷 프린팅과 표준 보안 프로토콜의 사용, 그리고 윈도 도메인과 DNS(Domain Name Service)의 통합을 비롯해 인터넷 익스플로러 5.0과 IIS 5.0, ASP(Active Server Page) 등의 최신 인터넷 기술과 응용 프로그램을 통합함으로써 인터넷 시대에 보조를 맞춘 의도가 물씬 풍기고 있다.

인터넷과 응용 프로그램 통합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각국의 유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출시 전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윈도2000으로의 업그레이드 및 교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들의 경우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윈도2000이 MS사가 제시한 기본 사양보다 훨씬 더 고급인 사양의 하드웨어를 요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윈도 시리즈는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대부분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해 왔으며, 윈도2000은 1백28MB 이상의 메모리와 펜티엄 Ⅲ급 CPU를 갖춰야 원활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윈도98에서 업그레이드할 경우 그 비용(하드웨어 포함)에 대해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하지만 용의주도한 MS사는 마치 이런 반응과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윈도 밀레니엄’을 윈도98의 후속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윈도 밀레니엄은 윈도98에 비해 안정성이 향상된 것은 물론, 홈 네트워킹 지원이 강화되고 각종 디지털 미디어 파일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또 각종 도구들이 추가돼 게임 기능과 인터넷 기능이 향상됐다. 윈도 밀레니엄은 애초 웹의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혁신적인 운영체제로 발표될 것처럼 보였으나, 현재로서는 윈도98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윈도2000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몇몇 국내 사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사용자 계정 설정과 관련한 서버 관리 기능이 사용하기에 조금 불편하며,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시스템에 변경 요소가 생기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등의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것. 이미 알려진 대로 수만 개에 달하는 버그도 가장 큰 문제다. 이것은 NT 경우와 같이 서비스 팩이 꾸준히 제공되면서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MS사는 이제 코드명 ‘Neptune’으로 불리는 윈도2001을 준비하고 있다. 리눅스의 끊임없는 도전과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속에서 OS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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