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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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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가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했다. 하지만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주민이 반발하는 데다 국회에서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올 초부터 건축·구조·법률 등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에서 리모델링 문제를 논의한 결과 공동주택의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이에 앞서 권도엽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한 리모델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부정적 결론을 예고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께 최종 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안전 문제와 경제성 미흡, 주거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수직증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건설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고, 철근과 철근 사이 접합부에 대한 안전성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아파트는 건설 당시 부실공사 논란까지 있어 아파트의 증축을 허용했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고려됐다.

 현재 구조물의 80~90%를 뜯어내는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다름없어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비용도 3.3㎡당 340만~350만원 선으로 재건축 공사비의 90%에 육박해 경제성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의 경우 기존에 살던 사람이 계속 거주하는 것을 전제로 용적률(30% 증가 허용)과 초과이익 부담금, 임대주택 의무건립 등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 가구수까지 늘려주면 지나친 특혜인 데다 용적률이 최고 500%까지 올라갈 수 있어 주거환경이 오히려 악화된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 뜻대로 결론 날지는 미지수다. 우선 가구수를 10% 이상 늘려달라고 요구해온 신도시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1기 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는 지난 5일 경기도 안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 장관이 정당한 요구를 하는 주민을 투기꾼으로 몰았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표 계산에 민감한 정치권도 정부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여야는 지난 분당 보궐선거에서 이 문제의 폭발력을 실감한 상태여서 더욱 적극적이다. 한나라당은 전용면적 85㎡ 미만 아파트에 대해 40% 이내까지 증축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최고 50%까지 증축을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의 결론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여야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정부 입장과 관계없이 정기국회 때 합의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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