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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이란 수출 두 달간 중단,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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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기아차가 이란으로의 자동차 수출을 지난 4월부터 재개했다. 4월 전까지 두 달간은 미국시민단체 압력으로 중단됐었다. 현대·기아차가 해당 국가 정정불안 등으로 수출대금 결제가 불안할 때 잠시 중단한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제3국 간의 정치적 변수로 수출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제3국 간 정치적 관계가 수출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미국 시민단체인 이란핵반대연합(UANI)은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결정하고 넉 달 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앞으로 항의 서신을 보내왔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 연간 80만 대가 넘는 차를 팔면서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줄곧 이란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으니 당장 수출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89만4496대를 팔아 7.7%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진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현대차 사무소를 통해 미국 정부의 반응과 해당 시민단체에 대해 조사했고, 심사숙고 끝에 올 2, 3월 두 달간 대이란 수출을 중단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민단체의 압력에 ‘성의’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올 4월 초 알토란 같은 이란 수출시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4월 중순부터 수출을 재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제재라는 3국 간 정치적 변수로 수출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란 수출 수익성이 너무 좋은 데다 ‘미국시민단체의 압력 때문에 수출을 못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최고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수출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이란에 2만2000대를 수출(선적기준)했다. 대부분 차종이 대당 이익이 큰 중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소형차로 환산하면 연 5만 대 수출과 맞먹는 규모다. 올해는 1월 1560대를 수출했다가 2, 3월 전면 중단했다가 수출을 재개한 4월에는 930대, 5월 1800대, 6월엔 2000대를 돌파했다. 올 하반기에도 월 평균 2000대 이상 수출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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