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복지 천국’ 인천국제공항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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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직원 1인당 연간 700만원 가까운 ‘복지포인트’와 신용협동조합 출자금, 5년마다 주는 열흘간의 공로휴가, 명예퇴직 후에도 6개월간 보장되는 기본급과 4대 보험 등.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 직원들이 누린 ‘사내 복지’ 혜택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복지 혜택은 모두 편법이었다고 감사원이 5일 밝혔다.

 감사원은 인천공항이 2005년부터 227억5500만원 규모의 사내복지기금을 출연한 뒤 이를 임금을 올리는 데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금은 수당·상여금 등에는 쓰이지 못하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법 등에 규정돼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2008~2009년 사내복지기금에서 매달 직원 1인당 최대 20만~25만원을 신용협동조합 출자금 지원 명목으로 나눠줬다. 2009년 12월엔 같은 이유로 60만원을 지급했다. 또 2005년부터 매년 최대 138만원어치의 ‘복지포인트’(지정된 곳에서 사용했다는 영수증을 제출하면 현금으로 계산해주는 방식)를 줬고, 명절이나 휴가 등엔 50만~150만원의 ‘복지포인트’를 별도로 뿌렸다. 또 2008년부터 특목중·고 자녀를 둔 직원에겐 매년 200만원을 지원해왔다.

 이 같은 혜택들을 모두 합하면 직원 1인당 680만8000원(2009년 기준)까지 임금을 올린 효과가 난다는 게 감사원의 계산이다.

 이외에도 인천공항 직원들은 5년마다 근무연수에 따라 6~10일 ‘공로휴가’를 써왔다. 감사원이 2008년 과도하다고 지적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 2009년부터 명예·희망퇴직자는 퇴직금과 별도로 6개월간 직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해 퇴직자에게도 6개월치 기본급과 4대 보험을 주느라 17억1000만원을 더 지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부문 임금인상 억제 방침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는 게 어려워지자 사내복지기금을 이용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인천공항이 운영 중인 자율형 사립고인 인천하늘고를 인천시교육청에 기부할 것도 요구했다. 인천하늘고는 공사 임직원 등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인천공항이 학교법인 설립자금 677억원을 들여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감사원은 “인천공항은 교육여건이 열악해 학교를 설립했다고 했지만 근처 청라·송도신도시에 국제학교 3∼4곳의 설립이 추진 중인 데다 공항신도시에 인문계 고교가 있기 때문에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공사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며 “인천공항이 수요 예측을 잘못하고 학교를 만들어 올해 인천하늘고 신입생 전형에선 공항 근로자 자녀를 100명 뽑기로 했는데 56명이 미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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