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포럼] "잘자~ 더 큰꿈 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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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내꿈 꿔" 광고가 한창 뜨고 있다.

요즘 N세대들에게 딱 맞는 연예인들이 딱 맞는 장면을 연기하며 딱 맞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걸 그냥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며 새로운 현상까지 곧바로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N세대다.

벌써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잘 자~" 는 수십개의 버전으로 진화했다. "니 꿈은 내가 꾼다!" 는 ''최민수 버전'' 이 나온 식이다.

과연 인터넷 열풍이 유난한 나라다.

바로 이런 현상이 요즘의 우리 경제를 변화시키고 끌어가는 가장 역동적인 요인이다. 정보통신 혁명을 상징하는 N세대의 꿈에 우리 경제의 꿈을 거는데 주저할 일이 없다.

그러나 하나, 아직까지 길이 잘 보이지 않는 부문이 있다. 바로 무역수지다.

올해 전체로는 흑자가 예상되나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입이 뚜렷이 되살아나고 있고,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흑자 기반이 위협받을 터인데, 자금과 인력이 온통 몰리고 있는 정보통신벤처 분야가 그에 대한 해답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인터넷 분야 벤처에 벌써부터 수출을 기대하는 것은 물론 무리다. 그러나 앞으로도 크게 수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기 어렵고 되레 수입을 늘리는 쪽이 더 크다.

여기가 미국이라면 영어 콘텐츠는 처음부터 수출 지향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글 콘텐츠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처음부터 영어나 중국어로 함께 서비스하는 인터넷 벤처는 ipopcorn.com 말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거기다 우리는 테크놀러지를 바탕으로 한 벤처의 비중이 현저히 낮다. 다시 말해 기술 기반이 약하고 한글 콘텐츠의 인터넷 비즈니스 위주인 지금의 벤처 구조로는 수출 모델이 잘 서질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나모인터랙티브.새롬기술.디지토.한컴리눅스.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메디다스.아미마스.골드뱅크 등 이미 해외 시장에 나갔거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벤처들은 몇 있다. 그러나 그 실적은 미미하다.

올해도 약 1천5백억달러를 수입을 위해 써야하지만, 올 수출 예상액 1천6백억달러 중 1천4백억달러 이상은 여전히 이른바 전통산업 쪽에 기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반도체로 전체의 13.5%나 됐다. 원유(12.3%) 보다 많았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출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수입해야 하고, 휴대폰의 핵심 칩도 여전히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보통신 벤처 열풍이 아직은 수입유발적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네 벤처에 투자하겠다고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 투자도 아직은 양에 찰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정보통신 혁명을 반기고 N세대의 꿈에 우리 경제의 꿈을 걸면서도 다들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자원이 없어 영원히 달러를 벌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인데 자금과 인력이 지나치게 벤처에만 집중되다 수출 기반이 흔들리면 또 다시 일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 거래소 주가가 죽을 쑤니 전통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해답은 ''균형'' 이다.

벤처기업들은 처음부터 국내 시장만 말고 국제시장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될 아이디어와 기술을 찾아야 한다. 우리끼리만 돈을 벌어서는 서로 주고 받는 것밖에 안된다.

전통기업들은 벤처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정보통신 혁명의 흐름을 기존 경영에 접목시켜 변신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 그룹 중 몸놀림이 재빠른 곳은 아주 적다.

정부도 생각할 점이 많다.

예컨대 1997년 대선을 전후해 여든 야든 지식산업 아이디어를 우리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좋았으나 정치적으로 너무 덥석 받은 감이 있다.

또 부채비율을 맞추느라 대기업들이 지난해 거래소를 통해 약 50조원을 걷어갔으니 거래소 주가가 맥을 못추는 것도 당연하다.

N세대의 꿈에는 분명히 우리 경제의 미래가 있다. 그러나 그냥 "잘 자~ 내꿈 꿔" 만 해서는 안된다. 더 큰 꿈을 꾸지 않으면 전화 걸고 인터넷 즐기는 사이에 안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

경제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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