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 앱 강의실 도착하니 도통 알아들을 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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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공원에 자리한 SK텔레콤 ‘T 아카데미’ 강의실. 20명 남짓한 수강생이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수업을 듣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에서 온 동포(조선족) 이봉화(25·사진)씨도 그중 한 명이다. 2주 과정인 이 강의에서 그는 수강생 신분이지만 중국으로 돌아가면 그 역시 대학생들에게 정보기술(IT)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2009년 12월부터 연변과학기술대학 IT교육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이런 그가 한국을 찾은 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고 싶어서”다. 중국에도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지만 한국만큼 수준이 높지 않은 데다 교육비도 비싸다. 이씨는 “구글이나 바이두(중국 검색업체)에서 강의 동영상을 검색해 혼자 공부해 봤지만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지난해 3월 설립한 T아카데미 최초의 외국 국적 수강생이 된 연유다.

 한국 땅을 한 번도 밟은 적이 없는 그가 서울에 오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수강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어서였다. 이런 호소를 담은 e-메일을 보내자 SK텔레콤 측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자처했다. 덕분에 수강은 가능해졌지만 이번엔 항공편이 문제가 됐다. 개강은 사흘밖에 안 남았는데 옌볜에서 서울로 바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었다. 이씨는 결국 옌볜에서 베이징까지 기차로 23시간을 달려간 뒤 이튿날 아침에야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긴 여정 끝에 가까스로 개강일을 맞춘 이씨는 강의 첫날 또 한번 좌절을 겪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데다 영어로 된 정보기술(IT) 용어를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IT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는 “이런 사정을 아신 건지 둘째 날부터는 선생님이 보다 쉽게 설명해 주셔서 어려움을 덜었다”고 말했다.

 연변과학기술대 IT교육원은 2007년 개원 이래 300명 넘는 전문인력을 배출했다. 수강생 90%가 중국 동포로 대부분 SK C&C, LG CNS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IT 기업에 취직한다. 한국인 강사 3명, 중국 동포 강사 2명이 교수진이다. 얼마 전부터는 SK C&C 중국 법인에서 일할 인턴 교육도 맡고 있다. 이씨도 이 교육원 출신이다. 그는 “한국 IT기업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젊은이들이 지금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으면 한다. 중국 동포를 염가 노동력이 아닌 지식 노동자로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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