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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용 차 70대가 중국 거친 사막 195.9㎞를 내달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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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국 장예에서 열린 차이나 랠리 챔피언십에서 만우 레이싱팀의 차량이 먼지를 날리며 질주하고 있다. 1999년 시작돼 12회째를 맞은 차이나 랠리 챔피언십은 경주 전용 트랙을 달리는 F1과 달리 황량한 흙길과 자갈밭, 모래 사막을 달리는 거친 레이스다. [금호타이어 제공]


중국 대륙이 광폭한 엔진 폭발음으로 진동한다. ‘잠자는 거인’은 깨어나 자동차 핸들을 잡았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으로 통하는 중국의 5000년 고도(古都) 시안. 그곳에서도 서북쪽 1128㎞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구 9만 명의 작은 도시 장예가 나온다. 비행기편도 없는 이곳에 중국 전역에서 70여 대의 랠리용 자동차가 모여들었다. 1999년 시작돼 12회째를 맞은 차이나랠리 챔피언십의 2011 시즌 제2전이 2일부터 4일까지 장예에서 열렸다.

 사흘 동안 장예 일원의 황량한 흙길과 자갈밭, 모래사막 195.9㎞를 달리는 거친 레이스다. 1인승인 포뮬러원(F1) 머신과 달리 랠리용 자동차에는 운전자와 보조 운전자가 탑승한다. 보조 운전자는 지도을 읽어가며 올바른 길을 찾는 내비게이터 역할을 한다. 차이나랠리 챔피언십은 올해 지린성·산둥성 등지로 장소를 옮겨 가며 네 차례 더 열려 최종 챔피언을 가린다.

 ◆마케팅 전쟁터 된 중국 모터스포츠 무대=중국의 거리에는 아우디·메르세데스·볼보 등 고급 유럽차가 한국보다 더 많이 굴러다닌다. 그런가 하면 70년대나 볼 수 있는 삼륜 트럭도 공존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개방적이며 발전 잠재력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중국 내수시장에서만 무려 1800만 대의 크고 작은 자동차가 팔려나갔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자동차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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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레이싱은 산업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모터스포츠에서 우승은 그 어떤 광고보다 효과적이다. 성적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진다. 차이나랠리 챔피언십이 후끈 달아오른 것도, 중국이 모터스포츠에서 한국을 추월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국에서는 이번 대회에 금호타이어가 참여하고 있다. 최상위급 레이스인 N4급(2000㏄ 터보엔진 사용)에 출전한 중국 레이싱팀 만우를 후원했다. 스폰서인 셈이다. 김주상 금호타이어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번 대회에는 피렐리·요코하마 등 세계적인 타이어업체가 모두 출전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는 중국 완성차용 타이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조만간 중국에서 매출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 속을 달리는 야성의 질주=F1에 출전하는 경주용 자동차는 순간 최고속도가 300㎞를 가뿐히 넘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350㎞에 육박한다. 그래서 F1용 경주용 자동차는 차(Car)가 아니라 머신(Machin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괴물 같은 기계는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서킷(자동차 경주 전용 트랙)에서만 힘을 낸다.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지면에 납작 엎드린 머신은 공로에 나서는 순간 살짝 튀어나온 과속 방지용 턱도 넘지 못하는 약골이 된다.

 랠리는 극한의 환경에서 열리는 실전이다. 때로는 자갈길을, 때로는 늪을 방불케 하는 진흙탕길을, 때로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빗길을, 때로는 흙먼지가 자옥하게 일어나는 흙길을, 때로는 바퀴가 푹푹 빠지는 사막을 뚫고 나가는 게 랠리의 묘미다.

 박재섭 금호타이어 주임 연구원은 “랠리에서는 정말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여러 환경에서 대응할 수 있는 타이어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데 랠리는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이 대회에 출전하고 중국 팀을 후원하는 이유도 이 같은 실험 효과 때문이다.

 만우의 메인 드라이버 판판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아시아퍼시픽 랠리에서는 늪을 방불케 하는 진흙길이 많았다. 이번에는 자갈과 모래사막에서 어떤 타이어에 어느 정도 공기압을 넣고 달리느냐가 승부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만우 레이싱팀의 왕루웨이는 1시간55분53초7에 전 구간을 주파해 N4급에 참가한 27대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우승은 1시간54분56초8을 기록한 스바루 레이싱팀의 한한이 차지했다. 

장예(중국)=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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