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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금요일 새벽 4시] “소폭이 너무 독하잖아, 고집부리지 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4면

◆“이따 저녁에 인터뷰 하나 해라.” 지난달 29일 오전 에디터로부터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이런,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지’ 하던 차였습니다. 아내와 저녁식사 약속이 있었거든요. 아내의 생일이었던 까닭입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나온 공효진 있지. 너 그거 재미있게 봤다며?” 제 저녁 스케줄을 알 리 없는 에디터가 흐뭇한 표정으로 웃습니다. 아내가 열심히 보기에 그 덕에 저도 가끔씩 함께 봤던 것뿐인데.

 “5시부터 한 시간만 하면 되거든. 임자보다 잘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에디터다운 설득입니다. 아내의 도끼눈이 떠올랐지만 문자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아내는 의외로 순순했습니다. “사진도 같이 찍고 사인 꼭 받아와요.” 역시 진정한 드라마 팬은 다릅니다. 남편은 뒷전입니다.

 아내 문제는 해결했는데 또 다른 숙제가 신경이 쓰입니다. 함께 사진을 찍어야 하는 제 마음을 공효진씨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탐색전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많이 하셨죠? 인터뷰한 기자 중에 저 같은 아저씨도 있었나요?” 사진 찍고 사인받은 아저씨 기자가 저 말고 또 있길 바라면서요. “아뇨, 처음입니다. 대부분 여기자였어요.” 소속사 관계자가 거든다고 하는 말이 저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이럴 땐 애절한 표정을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진짜 아저씨 같나요?” “아닌데요. 하하.” 공효진씨의 말에 힘을 얻습니다. 아저씨다운 질문을 계속 던졌습니다. 그녀에게도 제 질문이 색달랐나 봅니다. 솔직한 답변 덕에 인터뷰가 술술 풀렸습니다. “아저씨라 질문이 다르시네요.” 눈치 없는 소속사 관계자도 뒤늦게 칭찬 아닌 칭찬을 합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공효진씨에게 제 미션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생신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사인을 해주더군요. 제 어깨에 손을 포개고 사진촬영에도 임해주었습니다. 아내에게 뜻깊은 선물을 주게 된 것입니다. 집에 당도해 호기롭게 소리쳤지요. “‘이런 남편이랑 사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주세요~.”- 성시윤

◆“고집부리지 마세요.” 지난주 만난 무속인 김금화씨가 인터뷰 도중 자서전 『비단꽃 넘세』를 선물하며 제게 주신 말씀입니다. ‘엥? 내가 고집스럽게 생겼나?’ 사실 전 별로 고집이 세지 않습니다. 일할 때도 항상 상대를 존중하거든요. 카메라 앞에 서는 모든 취재원께 저는 “이렇게 하세요” 주문하지 않고 “이렇게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웃으세요” 대신에 “웃어도 되는데…”라고 하죠.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했을까요. “그 양반 신통하네. 사진 고를 때 선배가 마구 우기잖아요.” 얘기를 들은 후배가 웃으며 한마디 합니다. ‘내가 그렇게 우겼나?’ 반성도 해봅니다만 사진 찍은 기자가 그 정도도 주장을 못합니까? 사진에는 찍은 사람의 의도가 잘 표현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에디터가 끼어듭니다. “사진 얘기가 아니야. 넌 폭탄을 너무 독하게 말잖아. 그러지 말래도. 고집부리지 마라.”- 박종근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56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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