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뷰] 데이트레이더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 모증권사 지점에서 데이 트레이딩(초단타 매매)을 하는 전직 투자상담사 金모(32)씨는 지난달 25일 한국통신 주가가 전날보다 5천원이 떨어졌지만 이날 이 주식으로 주당 4천원의 이익을 올렸다.

이날 金씨는 증권사측이 마련해준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전날의 거래량과 거래금액 기준 상위 50개 종목 리스트를 보면서 이중 오늘 자신이 지켜볼 30개 종목을 간추렸다.
이때 그의 관심은 자신이 찍은 종목의 장중 등락에만 쏠린다.
개장부터 가격이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상한가가 예상돼도 쳐다보지 않는다.

모니터를 지켜보던 그는 오전 10시30분쯤 10만7천원으로 떨어진 한국통신 주식 1천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주가는 좀 더 떨어져 10만6천5백원(이날 최저가)에 잠시 머물더니 갑자기 매물이 사라지고 강세로 돌아섰다.
마침내 10만9천원에 이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1천주를 모두 팔아치웠다.
주가는 이후 좀 더 오르다 떨어졌다.

金씨는 다른 종목을 거래하면서 틈틈이 한국통신 주가를 지켜봤다.
주가가 다시 빠지자 그는 한국통신을 되샀고 조금 있다가 또 팔아 주당 2천원 정도를 더 보탰다.
이날 한국통신 주식매매로 그가 올린 순수익(수수료 등 제외)은 2백91만원이었다.

金씨는 이날 모두 18개 종목에 걸쳐 32회의 거래를 했다.
예상 외로 진폭이 없던 대한통운 등에서는 손해보기도 했지만 삼성증권.현대전자.미래와사람 등에서는 수익을 올렸다.
그의 이날 하루 평균 수익률은 1.4%. 운용자금을 대략 10억원으로 잡을 때 하루에 1천4백만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金씨의 경우는 오히려 흔한 케이스가 아니다.
하루 하루로 따지면 번 날도 있지만 한달 또는 몇달로 투자기간을 늘려잡으면 패자가 속출하는 것이 데이 트레이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주부 鄭모(36)씨는 한달 만에 투자원금인 2천만원 중 절반이상을 날렸다.
데이 트레이딩에서 잃은 것을 여기서 반드시 벌충하겠다며 요즘도 달려들고 있지만 증권사와 나라만 위하는 꼴이 돼가고 있다.
증권사엔 수수료로 보태주고 나라에는 증권거래세로 애국한다는 말이다.

서울 서교동 모증권사 사이버 영업점에서 데이 트레이딩을 하는 30대 초반의 또 다른 金씨는 입시학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 1992년부터 주식투자를 했다는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데이 트레이딩에 푹 빠졌다.
"회사의 근무시간이 자유로워 이곳(사이버 영업점)에서 주식매매를 할 수 있다" 고 밝힌다.
金씨는 그러나 집에 가서도 종목연구를 하다보니 개인시간이 거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결혼도 투자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뒤로 미루고 있다" 고 토로할 정도다.

한 증권사 사이버 영업소장 姜씨는 "하루에 50명 정도가 이용하는데 대부분 하루종일 단말기만 쳐다 보고 그중 3~4명 정도는 코스닥 종목 매매 때문에 아예 점심을 거르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보통 오전 8시30분에 나와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는 것. 일부 20대 투자자들은 아예 자신이 프로그램을 짜 기계적으로 매매하기도 하는데 보통 하루 한 종목에 2회 이상 모두 다섯번 정도 매매한다는 것이 姜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사이버 투자자들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수입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로 "말리고 싶다" 고 잘라 말한다.
최근 데이 트레이딩이 전체 거래의 25%에 육박하는 양상은 자칫 사회 전체의 불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내로라하는 프로들과 증권사 후배들이 숱하게 실패하는 것을 보았다" 는 게 그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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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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