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1층 로열 스위트룸은 남산과 북한산을 한 눈에 넣을 수 있는 특이한 전망을 선사한다. 특히 통유리로 돼 있는 욕실에선 남산이 손에 닿을 듯 하고, 왼쪽으론 장충동과 동대문 패션타운, 오른쪽으론 멀리 63빌딩이 보인다. 욕실에 있는 원형 거품 욕조에 들어앉아 코냑 한 모금 마시며 이 광경을 본다면 아마도 황제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것 같다. 또 응접실 창밖으론 청와대가 보이니 그야말로 대통령 사는 집이 눈 아래 있다. 빌딩 숲으로 한 가운데 있는 롯데 호텔이 이런 전망을 품고 있을 줄은, 정말 예전엔 미처 몰랐다.
롯데호텔 본관은 1979년에, 신관은 1988년 개관했다. 본관은 개관 당시 하마터면 북측 객실 전망을 모두 가릴 뻔 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호텔이 청와대를 거의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경호상 문제가 있으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창문 바깥에 강화유리를 비스듬히 덧대는 고육지책을 고안했는데, 10·26 사태와 함께 흐지부지된 일화도 있다.
신관과 본관 스위트 룸에는 박찬호, 하인스 워드,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 영화배우 소피 마르소 등이 묵었다. 신관 로얄 스위트룸은 2007년 대대적인 개보수를 통해 화려한 로코코 양식에서 현대적인 분위기로 바꿨다. 고객들이 현대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는 판단에서다. 하룻밤에 1400만 원. 459m²(약 139평)로 부가세 10%와 봉사료 10%를 포함하면 1694만원을 내야 한다. 국내 호텔 스위트룸 가운데 두 번째로 가격이 비싸다. (쉐라톤 워커힐의 '애스톤 하우스'가 부가세와 봉사료 포함 1800만원 선)
스위트룸에는 침실과 욕실, 서재, 회의실,응접실이 있다. 응접실은 이태리산 맞춤 가구와 특별 주문 제작된 수제 비단 올 카펫이 깔려있다. 욕실엔 화강암으로 만든 수제 세면볼과 개인용 건식 사우나가 있다. 롯데호텔 홍보실 관계자는 “국가 원수급 귀빈들을 유치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숙소인 까닭에 창문이 모두 방탄유리”라고 밝혔다. 이병구·황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