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총장 “나라 망신이다 … 그만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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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8층 검찰총장실. 9시 출근 시간 전에 김준규 총장을 갑자기 찾아온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사직서를 내밀자 김 총장은 “홍 검사장이 책임질 일이 아니니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만류했다. 이후 김 총장은 대검청사에서 중국 최초의 법학교수 출신 검찰총수인 차오자이밍 검찰장과 양자 회담을 하는 등 오전 내내 국제검사협회(IAP) 총회(27~29일) 참석차 방한한 각국 검찰총장들을 만났다. 이들을 만나 양국 검찰 간 교류와 상호 협력을 다짐했다. 김 총장은 오후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로 이동해 IAP 총회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어 세계검찰총장대회(30일~7월 1일) 참석차 이날 막 입국한 검찰총장들도 만났다.

김 총장이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홍 검사장의 사표 소식을 접한 4명의 검사가 동조 사표를 냈고 대검 검사장급 간부와 과장급 간부 등은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급기야 오후 늦게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 등 5명의 검사장도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회의장에 있던 김 총장은 박용석 대검 차장으로부터 시시각각 검찰 내부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김 총장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지만 국가적 행사 때문에 대검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더욱이 “일부에선 검찰 수뇌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상황보고를 받고도 특별한 액션을 취할 수 없었다. 형소법 합의안 원안은 김 총장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서명한 것이다. 그 합의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돌연 수정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김 총장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아무런 조치도, 대응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날 오후 8시 국제검사협회 총회 참석자들에 대한 환송과 세계검찰총장대회에 참석하는 검찰총장 등에 대한 환영을 겸한 리셉션에 참석했다. 기자들의 질문엔 "나라 망신이다. 외국인들도 많은데 그만하자”고 말했다. 김 총장의 입장 표명은 이틀간 일정으로 치러지는 세계검찰총장대회가 끝난 뒤인 다음달 4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강수·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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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검찰청 검찰총장(제37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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