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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내일 마트에 가면 … 값 내린 이탈리아 와인, 프랑스 버터를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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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다음 달 1일 잠정 발효되는 한·유럽(EU)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다. 우선 관세 철폐로 수입품 가격이 그만큼 낮아질 여지가 생긴다. 수입품과 경쟁하거나 대체될 수 있는 국내 품목의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한·EU FTA로 달라지는 우리 생활’이란 자료를 내면서 ‘FTA로 EU를 쇼핑한다’는 표현을 썼다.

관세 철폐 물량이 통관돼 판매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많은 유통업체는 “유럽 제품이 싸진다”는 소비자들의 기대심리에 부응하기 위해 1일부터 당장 값을 내려 판매한다. 와인·수산물·패션 쪽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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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산 식품 다양해지고 값도 인하돼=현재 프랑스산 냉동 삼겹살은 kg당 7200원 선. 이 가격의 25%(1800원)가 관세다. 냉동 삼겹살은 한·EU FTA 발효와 더불어 2.5%의 관세가 즉시 인하된다. 10년 지나면 25%의 관세는 모두 사라진다. 요즘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 kg당 5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프랑스산 냉동 삼겹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프랑스산 벨큐브 치즈는 현재 100g당 6240원 정도다. 이 중 36%에 달하는 2246원이 관세다. 치즈 관세도 매년 2.4%씩 15년간 감축된다. 고등어·굴비·삼치 등 수산물도 더욱 싸진다. 현재 20%의 관세가 붙고 있지만 10년간 매년 2%씩 관세가 줄어든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도 한결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탈리아 데체코 링귀니 등 유럽산 파스타 40여 개 품목을 지난달 30일부터 이미 최대 8% 인하했다. 롯데마트는 3년에 걸쳐 관세 20%가 철폐되는 연어와 킹크랩 가격을 많이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현재 노르웨이에 치중된 수입선을 스코틀랜드와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으로 넓혀 물색하고 있다. 고등어는 관세를 물어도 유럽산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수입을 더 늘릴 예정이다.

 아이들 간식거리인 초콜릿·사탕·비스킷·소시지 등과 테킬라·보드카·브랜디 등 유럽산 수입 주류의 관세도 5년 뒤에 없어진다. 유럽산 홍차, 커피, 파스타, 아몬드 등의 식품도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유럽산 홍차는 현행 관세가 40%로 매우 높기 때문에 한·EU FTA 발효로 가격 인하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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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싸지는 와인 값=유럽산 와인 관세 15%는 FTA 발효 즉시 없어진다. 와인수입업계 1위인 금양은 1일부터 유럽산 와인 값을 평균 11% 인하한다. 금양 관계자는 “당장 판매되는 상품은 이미 수입된 것이어서 관세가 포함돼 있지만 소비자 사이에 7월 1일부터 와인 값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많아 미리 가격을 내렸다”고 밝혔다. 추가로 와인을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롯데마트 와인담당 MD(상품기획자)는 지난달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렸던 와인 엑스포에 참석해 10여 개 상품을 들여오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모기업 테스코가 소싱해 라벨을 붙인 프리미엄 와인 ‘테스코 파이너스트’ 수입을 현재 25개에서 40개로 늘릴 예정이다.

 ◆프리미엄 가구 등 생활용품=고가였던 생활용품도 가격이 10% 정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마트는 테팔, TVS, 루미낙 등 유럽산 유명 주방용품 브랜드 제품을 늘릴 계획이다.

 가구는 일부를 제외하곤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 서울 논현동 ‘이탈리아노’ 최지선 과장은 “8%의 관세가 없어지는데 이 부분을 최대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라며 “관세 철폐분 가구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가격 인하 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을 새로 두드리는 업체도 늘고 있다. 스웨덴 이케아(IKEA)가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프랑스 1위 프리미엄 가구 고티에는 방배동에, 유럽 1위 부엌가구 업체인 독일 브랜드 노빌리아는 서울 논현동에 최근 새로 매장을 냈다.

 ◆콧대 높은 명품들은 꿈쩍 안 해=명품의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가격을 올린 브랜드도 있다. 샤넬이 지난 4월 상당수 제품 가격을 평균 25% 인상한 데 이어 루이뷔통도 지난 24일 한국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루이뷔통 스피디30은 지난 2월 92만원에서 96만5000원으로 오른 지 넉 달 만에 다시 101만5000원으로 올랐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유럽산 의류·구두(13%), 가죽가방(8%)에 붙던 관세는 즉시 철폐되지만 고가 전략을 고수하는 명품들은 이를 가격에 반영할 뜻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지영·서경호 기자, 최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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