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늘고 원금도 나눠 갚고…대출자 부담 이중으로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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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위가 29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금융사들이 마음대로 대출을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출증가율을 ‘5년간 경제성장률 이하’로 맞추겠다는 게 금융위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석준 금융위 상임위원은 “가계대출이 경제성장률을 넘어 과도하게 이뤄지는 걸 관리하자는 취지”라며 “가계와 시장에 충격을 덜 주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나 고정금리 대출 비율 의무화 등 ‘화끈한 대책’보다는 정부의 의지를 뚜렷하게 내보이는 데 주력했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돈을 빌리려는 고객 입장에선 은행 문턱이 높아지게 됐다.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나.

 “그렇다. 외환위기 이후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7.3%였던 데 비해 가계부채는 연 13%씩 늘어왔다. 경제성장률에 맞추려면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져야 한다. 대출 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에선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없어도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따지도록 했다. 집의 담보가치가 충분하더라도 소득이 없으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 서민이 금융회사를 이용하기가 더 힘들어지나.

 “그럴 수 있다. 카드회사와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의 대출규제가 강화된다. 카드사는 현재 자기자본의 4.1배인 자산(대출)을 앞으로 3년 이내에 3배가량으로 줄여야 한다. 카드 대출에 대한 충당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농협·신협 등도 부실대출 기준과 충당금 적립기준이 높아진다. 서민 고객 비중이 높은 이들의 대출이 감소하면 불법 대부업 확대 등 풍선 효과가 우려된다.”

 - 변동금리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비거치식 고정금리 대출로 꼭 바꿔야 하나.

 “강제사항은 아니다.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2016년까지 전체의 30%를 비거치식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도록 했다. 각 은행이 고객의 소득과 신용도에 따라 대출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고정금리로 바뀌는 고객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

 “현재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앞으로 5년간 해마다 5%포인트씩 고정금리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300조원 중 1년간 만기연장(차환)되거나 신규대출되는 게 30%인 점을 감안하면 고객 서너 명 중 한 명꼴로 고정금리로 바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비율은 은행별로 다를 수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규나 차환대출의 절반가량을 고정금리로 바꿔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대출방식 변경으로 가계는 얼마나 부담이 느나.

 “지난해 말 현재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차이는 0.7~0.8%포인트다. 1억원 대출 때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연 70만~80만원을 더 부담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사라져 대출 초기부터 원금을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 대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나.

 “은행 거래에서의 불이익은 없지만 연말정산 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현재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비거치식 고정금리로 바꾸면 이 한도가 1500만원으로 늘어난다. 만기 전 대출방식을 바꿀 경우 대출액의 1.5%인 중도상환 수수료도 면제한다.”

나현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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